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업체와 대규모 국제소송에 휘말렸으나 이번 소송이 삼성엔지니어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방의 소송금액 산정과 소송 배경에 다소 무리한 요소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4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이 소송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서 단기적 투자심리 위축은 피할 수 없겠지만 소송이 미칠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7200억 원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3일 주가가 10%가량 하락했다”며 “투자자들에게 과거 삼성엔지니어링이 봤던 대규모 손실을 떠올리게 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 등으로 2013년과 2015년 각각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부단한 노력을 통해 최근 해외사업에서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는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최대 7200억 원의 금액을 물어낼 위기에 처하면서 다시 한 번 투자자들의 심리가 요동친 셈이다.
중재신청의 원고는 사우디아라비아 업체인 ‘알토우키(ALTOUKHI)’ 등이다. 알토우키는 2012년 삼성엔지니어링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으로부터 1조8천억 원 규모의 얀부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은 2017년 1월 기기사양 등 계약조건 변경을 이유로 삼성엔지니어링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는데 알토우키는 계약해지의 원인이 삼성엔지니어링 측에 있다고 주장하며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및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합작중재기구에 7200억 원을 요구하는 내용의 중재를 신청했다.
이 청구금액은 2018년 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 자기자본의 70%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토우키가 청구한 7200억 원은 간접손실까지 모두 산정해서 포함한 금액”이라며 만약 삼성엔지니어링이 소송에 진다해도 실제 반영될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토우키가 계약해지시점까지 진행된 공사비의 전액을 삼성엔지니어링에 청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해지 책임이 삼성엔지니어링에 있는 것으로 소송결과가 나온다 해도 컨소시엄으로 함께 공사를 진행했던 알토우키 등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알토우키가 사우디아라비아 업체이기 때문에 정부에 계약해지 책임을 묻지 못하고 컨소시엄의 대표사인 삼성엔지니어링에 중재 신청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발주처인 사우디아라비아정부의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가 부당하다고 보고 2017년 10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5400억 원 규모의 중재신청을 냈는데 알토우키는 당시 중재신청에 참여하지 않았다.
계약해지의 원인이 발주처에 있다고 결론나면 알토우키가 제기한 소송은 자연히 설득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계약해지 원인이 발주처가 아니라면 알토우키와 삼성엔지니어링 양측의 대결이 된다.
소송문제가 재무제표에 반영될지 여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소송과 관련한 충당금을 반영할 계획이 없다”며 “8월 반대서면을 제출하고 알토우키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앞으로 해외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2020년 대형 화공프로젝트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하는 등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전망은 어느 때보다도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