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SPA 브랜드 매출 1위인 자라가 한국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라의 한국법인인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378억 원, 영업손실 79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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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 이슬라 인디텍스 회장 겸 CEO |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4.7%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자라리테일코리아가 2008년 한국에 설립된 뒤 첫 적자다.
자라는 지난해 관세추징금 100억 원을 내면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관세추징금을 빼도 자라가 거둔 영업이익은 2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83.1%나 줄어든 것이다.
자라의 세계 매출은 약 13조8085억 원으로 전년보다 7% 이상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성장률은 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자라의 한국 매출 증가율은 세계 매출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 자라의 한국매출은 세계 자라 매출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자라가 한국에서 부진한 이유는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차별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라는 국내 SPA 브랜드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옷을 팔고 있다. 국내 SPA 브랜드들은 최저가 상품이 1만 원 아래부터 시작하지만 자라는 대부분의 옷을 3만 원 대부터 판매한다. 자라는 국내의 SPA 브랜드들 가운데 가격이 가장 비싼 편이다.
자라는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추어 옷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SPA브랜들은 최근 기능성 의류를 내세워 매출을 늘리고 있다. 유니클로, SPAO, 에잇세컨즈 등은 기능성 의류를 출시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기능성 내의부터 실크, 캐시미어 등 좋은 품질의 제품을 10만 원 이하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기능성 옷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자라는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에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패션의 기본인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능적 측면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SPA브랜드를 중저가 토종 캐주얼의 대체재로 여긴다. 이런 경향 때문에 소비자들은 SPA브랜드에서도 높은 품질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자라는 한 번 입고 버리는 SPA 브랜드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차이가 자라가 유독 한국에서 힘을 못쓰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글로벌 SPA 브랜드들도 한국에 특화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자라는 전국에 4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라는 지난해 신규 매장 3곳과 리모델링 매장 2곳을 새로 열었다.
자라는 빠른 유행에 맞춰 매장에 있는 옷의 70%를 2주일에 한번 씩 바꾸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라리테일코리아의 지분은 모회사 ‘인디텍스’가 80%, 롯데쇼핑이 20%씩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