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이 환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수억 원대의 진료비 환급금을 횡령한 사건에 당시 길병원 원무과장도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29일 경찰과 길병원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길병원 전 원무과장 A씨를 17일 불러 조사한 뒤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4월 같은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B씨 등 길병원 원무과 직원 2명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입건했다.
A씨 등은 2013∼2014년 길병원에 가수납된 진료비 가운데 급여 항목 일부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고도 환자들에게 되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가수납 진료비는 병원 진료비 심사팀이 업무를 하지 않는 야간이나 주말에 퇴원할 때 병원 측 계산에 따라 환자가 임의로 내는 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내역에서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을 정확히 평가해 병원에 통보하면 가수납 진료비 가운데 과다 청구된 비용은 환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A씨 등은 범행 시점으로부터 2∼3년 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진료비 환급금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메모지에 환자 이름과 번호를 적어서 주면 B씨 등이 환급금 계좌에서 현금을 찾아 A씨에게 상납했다.
A씨는 최근 경찰조사에서 “진료비 환급금 가운데 2600여만 원을 빼돌려 회식비 등으로 썼다”며 관련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인정한 횡령금 이외에 추가로 빼돌린 진료비 환급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경찰이 길병원을 압수수색한 뒤 추가로 병원 측으로부터 진료비 환급금과 관련한 자료를 임의로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환급 대상환자는 모두 2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이 빼돌린 진료비 환급금은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진료비 환급금을 환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도 환급해 준 것처럼 전산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