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차량 디자인을 총괄하는 기아디자인센터장 자리가 석달 넘게 비어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기아차의 미래 차량 디자인을 책임질 적임자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재 기아디자인센터장은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최고책임자(CDO) 부사장이 맡고 있다.
현대기아차 디자인담당 임원은 현대디자인센터와 기아디자인센터, 디자인지원담당 등의 세 조직을 산하 조직으로 두고 있으며 조직도상 연구개발본부 밑에 있다.
현대디자인센터장과 기아디자인센터장의 직속 상사로서 사실상 현대기아차의 차량 디자인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윤선호 부사장이 기아디자인센터장을 맡았으나 1월 말에 자문으로 물러나면서 동커볼케 부사장이 기아디자인센터장을 대신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3월 말 서울모터쇼가 열리기 전까지 기아디자인센터장의 후임자를 선임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4월이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동커볼케 부사장이 겸임하는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기아디자인센터장 교체는 다소 뜻밖의 인사로 여겨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과 사장단을 대거 물갈이하면서도 기아디자인센터장을 교체하지 않았는데 올해 1월 말에 돌연 윤선호 부사장을 자문으로 물러나게 했다.
윤 전 부사장은 2003년에 현대차에서 디자인3실장을 맡다가 2004년 전무로 승진하며 기아디자인연구소장을 맡은 뒤 계속 기아차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다.
2006년부터 기아디자인센터장을 맡아 약 13년 동안 기아차의 디자인 방향성을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 사장이 기아차 최고디자인책임자를 맡을 때 그를 보좌해 ‘호랑이코’로 일컬어지는 ‘K시리즈’ 세단의 상징성을 확립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디자인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윤 부사장을 자문으로 위촉한 것은 앞으로 기아차의 미래차 디자인을 맡길 새 적임자를 찾기 위한 시도로 해석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2009년 기아차 대표이사를 그만둔 뒤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다가 올해 10년 만에 다시 기아차 사내이사를 맡았다.
정 수석부회장이 과거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으로 오너경영인으로서 경영능력을 입증받았다는 점에서 기아차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며 기아차의 디자인 부흥을 이끌 새 인물을 발탁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동커볼케 부사장의 기아디자인센터장 겸직체제가 100일 가까이 지속되면서 적임자를 찾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대부분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던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에서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동커볼케 부사장은 벤틀리에서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했다. 현재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상엽 전무도 벤틀리 출신이다.
기아디자인센터장도 글로벌 완성차기업에서 디자이너 이력을 쌓은 인물을 선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런 영입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아디자인센터장을 내부에서 발탁할지 외부에서 영입할지, 혹은 동커볼케 부사장의 겸직체제를 유지할지 등을 놓고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인사와 관련한 사항이라 추가 답변이 힘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