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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욱이 남긴 인천공항의 명암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4-07 18: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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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욱이 남긴 인천공항의 명암  
▲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2009년 2월 인천경찰특공대를 방문해 대테러 특별훈련을 받고 있는 공항기동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뉴시스>


9와 90. 인천국제공항공사의 2014년 지금,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숫자다.

9는 인천공항이 9년 연속 공항서비스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을 말한다.

2014년 인천공항은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9연패의 업적을 달성했다. 공항서비스평가는 1700여 공항들의 협의체인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한다. 세계 주요공항 이용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설문을 통해 서비스 품질과 시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 선정한다. 권위가 높아 항공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90은 인천공항의 화려한 업적 뒤에 있는 비정규직의 비율을 의미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몇 년 전부터 전체 임금근로자의 87%가 비정규직이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볼 수 없는 높은 비율이다. 인천공항의 공항소방대와 경비, 보안검색, 시설운영 등 실질적으로 인천공항을 움직이는 이의 87%가 비정규직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만나게 되는 공항직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비정규직 채용 비율이 가장 높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크다. 2011년 인천공항의 정규직 평균임금은 8042만 원인 반면, 39개 분야 아웃소싱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3096만7천 원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38.5%에 불과했다. 게다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유니폼도 다르다.

◆ 이채욱 "조직의 비대화를 막는다" 비정규직 양산

인천공항의 빛과 그림자는 모두 이채욱 전 사장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채욱 4대 사장은 가장 긴 시간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인천공항의 간판 CEO다. 4년4개월 동안 인천공항의 황금기를 같이 보내며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비정규직의 비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단순 업무이기 때문에 외주를 주는 것이 유리하고 조직의 비대화를 막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2012년 이 사장 시절 인천공항공사의 정직원은 897명에 그쳤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39개 분야 42개업체 총 5978명에 이르렀다. 전체 공항운영인력 6875명의 87%가 비정규직이었다.

이 사장은 2011년 2억8538만 원의 연봉을 받아 그해 공공기관장 중 최고의 고액연봉자였다. 당시 인천공항공사 직원 중 1억 원 이상을 받는 고액연봉자는 지난 5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넘게 급증하기도 했다.

이 사장의 말대로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져 경영실적이 좋아졌고 그 결과 사장을 비롯한 임원과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정규직의 임금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 13년 동안 5명의 사장, 이채욱 가장 긴 4년4개월

2001년 3월29일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의 적막을 깨고 첫 방송이 울려 퍼졌다. “인천타워, 여기는 아시아나 OZ3423, 공항에 접근하고 있다.” 방콕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 OZ3423편이 승객 245명을 태우고 인천공항 제2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다. 인천국제공항이 운항을 처음 한 순간이다. 이후 13년 동안 인천공항공사에 모두 5명의 사장이 거쳐갔다.

국토건설부 출신인 강동석 초대 사장은 1994년 인천공항의 전신인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에 임명되면서 인천공항과 인연을 맺었다. 그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일했다. 이후 국토건설부 출신인 조우현 2대 사장이 취임해 2005년까지 3년의 임기를 마쳤다. 3대 사장은 민간기업인 유니레버코리아의 회장을 지낸 이재희 사장이었다. 4대 사장 역시 민간기업 CEO 출신인 이채욱 사장이다. 5대 사장은 다시 국토해양부 출신인 정창수 사장이다.

이채욱 4대 사장은 5명의 사장 가운데 가장 긴 4년4개월 동안 인천공항공사에서 일했다. 2008년 9월 사장이 돼 3년의 임기를 마친 뒤 1년씩 2번이나 연임했다. 그는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그가 취임할 당시 삼성물산을 거쳐 GE코리아 회장을 지낸 이력 때문에 이명박 정권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맞는 코드인사라며 한동안 시끄러웠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2차례나 연임에 성공했다.

이 사장은 2013년 1월, 임기 8개월을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당시 이 사장의 사임을 두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MB맨’들을 솎아내기 전에 스스로 그만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인천공항 3단계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 사퇴해야 차기 사장이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13년 3월 CJ대한통운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해 10월부터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주식회사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채욱이 남긴 인천공항의 명암  
▲ 이채욱(오른쪽)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2009년 7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씨카드 장형덕 사장과 '비씨카드 Lounge' 개관식을 열고 있다.<뉴시스>

◆ 이채욱 “렛츠고 윈 세븐(Let's Go Win 7)”

이 사장은 2011년 임직원들과 함께 한 회식자리에서 건배를 하며 “렛츠고 윈 세븐(Let's Go Win 7)"이라고 외쳤다. 세계 1등 공항의 자리를 7년 연속 지키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는 건배사였다.

이 건배사는 현실이 됐다. 2012년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7연패를 기록했다. 2011년 국제공항협의회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명예의 전당’ 프로그램에 공항의 서비스 수준을 격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등재됐다.

단순히 서비스 만족도만 높인 게 아니다. 4년4개월 동안 인천공항은 외적으로도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취임 첫 해인 2008년 인천공항의 매출은 1조727억 원이이었는데 2012년 1조6683억 원으로 55%나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초 일본 대지진에 이어 2011년 7월부터는 인천-베이징 노선의 33%가 김포공항으로 이전하는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개항 이후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이 사장은 그밖에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3년 연속 A등급, 공기업 최초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탑10에 2년 연속 진입, 세계 공항업계가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로 지목한 CEO, 한국공항역사 95년 만에 국제공항협의회 세계총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이사에 선정된 CEO 등 임기 내내 공기업 기관장답지 않은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고 다녔다.

◆ 이채욱 “윤리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덕목”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이 모두 이 사장 덕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사장이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인천공항은 이미 공항 서비스평가에서 1위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라 한창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인천공항에게 1위 수성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의 말대로 행운도 어느 정도 따랐던 셈이다.

이 사장의 진짜 업적은 인천공항의 문화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사장이 경영의 제1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덕'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덕장’으로 통했다. 2010년 강연을 통해서도 “윤리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덕목”이라며 “회사 일이 아닌 개인 용도로 쓴 비용은 철저하게 법인카드 계좌가 아닌 개인카드 계좌에서 지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취임 직후 ‘부서 공모제(job posting)’를 도입했다. 외부의 인사청탁이나 압력을 배제해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었다. 사장은 임원급인 본부장만 임명하고 본부장은 처장을, 처장은 팀장을, 팀장은 팀원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채욱이 남긴 인천공항의 명암  
▲ 인천공항 출국장 모습
직원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일종의 사장 인사청문회인 어시밀레이션(assimilation=동화) 제도도 도입했다. 익명으로 사장에게 무슨 질문이든 다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신 낙하산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렇게 노조와 숨김없는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 노사화합도 이뤄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2년 4월 인천공항 창립 이후 처음으로 ‘노사 화합을 위한 노사문화 선포식’도 열었다. 이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상생화합’을 새겨 넣은 조끼도 나눠 입었다. 2010년 고용노동부가 수여하는 노사문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사장은 취임 이듬해인 2009년 “전 세계 모든 공항이 벤치마킹하는 공항, 인천공항에 몸담고 있는 3만5천여 직원 모두가 자랑스럽게 행복한 일터로 여기는 공항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화려한 업적에 가려진 이채욱의 그림자들


이 사장의 퇴임식은 예상보다 길어져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많은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느라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사내 소통과 투명성을 위해 애썼던 만큼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사장의 화려함은 비정규직의 고통 속에서 가능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는 정규직 노사관계는 정성을 다해 챙기면서 비정규직은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2년 9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는 인천공항공사 잔디밭에서 ‘정규직화 투쟁 선포대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비정규직을 늘 한 가족이라고 말하는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영화 논란도 있었다. 인천공항공사는 꾸준한 흑자경영에도 불구하고 2007년 민영화 대상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 발표되고 누가 인천공사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누가 사장이 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사장이 됐다. 그런데 이 전 사장의 사위가 인천공항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던 맥쿼리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 역시 맥쿼리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가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됐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사장이 민영화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민영화 추진논의는 수그러들었다. 임기 내내 민영화 논란을 달고 살았지만 막상 민영화는 시작도 못했다.

이 사장은 임기 중 “민영화든 공기업으로 계속 가든 장점과 단점은 다 있다”면서 “양쪽 모두 보완체제가 있는 만큼 정부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든 다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엔 TV조선에 출연해“사실 인천공항은 설립할 때부터 민영화를 전제로 지어졌다”고 밝혔다.

◆ 누가 인천공항의 그림자 비정규직 문제를 풀 것인가

인천공항은 화려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의 처우 문제가 아닌 공항서비스의 질과도 직결된다.

지난해 9월 인천공항의 공항서비스평가(ASQ) 8연패 비결이 '특혜 보안검색'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공항서비스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모든 것을 탑승객에게 맞춘 ASQ라인과 그렇지 않은 비ASQ라인을 따로 운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공항서비스평가가 고객설문으로만 진행된다는 허점을 이용해 8연패를 달성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사실이라면 황당하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아웃소싱인 보안업체에 책임을 돌렸다.

안전과 가장 직결되는 폭발물과 생화학물질처리 등을 맡고 있는 폭발물처리(Explosive Ordnance Disposal·EOD)업무를 1년 단위의 계약직 직원이 맡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폭발물처리반 모두 용역업체에 소속된 계약직 근로자였다. 그들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 전문성은 떨어지고 안전성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도 2006년 폭발물처리반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면 전문성이 약화되고 비용도 오히려 증가될 것이라며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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