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뿌리를 둔 정치인들이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중흥건설 비자금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비자금의 정치권 유출로 확대될까 불안해 한다. 검찰이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을 구속해 신병을 확보한 만큼 수사범위를 넓히면서 제2의 경남기업 사태처럼 사건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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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
경남기업 비자금사건으로 친박핵심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강조하고 있어 중흥건설 비자금사건으로 여야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23일 정원주 사장을 불러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이준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 사장에 대해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은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혐의로 정 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사장은 중흥건설이 순천 신대지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회사자금 200억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사장이 회사채무를 과다계상해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정원주 사장 구속이 중흥건설 비자금 사건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중흥건설 비자금 200억 원에 대한 사용처를 수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일부 횡령사실을 시인했으나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자금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흥건설 안팎에서 경남기업 비자금 수사가 친박계 핵심인사들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흥건설 비자금 수사도 정치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이번 기회에 정치개혁 차원에서 모든 것을 확실히 수사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여러 가지로 검토할 것”이라며 성완종 리스트를 계기로 불법 정치자금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특히 정치권은 중흥건설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이중희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장을 주목한다. 이 청장은 박근혜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이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복귀했다가 부산지검을 거쳐 올해 2월 순천지청장에 부임했다.
중흥건설 비자금 수사가 정관계를 상대로 한 로비자금 수사로 확대되면 그 대상은 야당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흥건설이 호남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건설회사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최근 여당에 집중된 수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중흥건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호남기반 건설회사인 중흥건설의 자금 흐름을 캐다보면 호남지역 정치인과 연관성을 찾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건설은 지역 건설사에서 최근 몇 년 새 전국구 건설사로 급성장했다. 중흥건설은 2011년 시공능력평가순위 94위에서 지난해 5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중흥건설은 1만2941가구를 공급해 3년 연속으로 주택공급실적 3위를 기록해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중흥건설은 올해 자산총액 5조6천억 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호남지역 건설사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오른 것은 중흥건설이 처음이다.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호남지역에서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정 사장과 그의 부친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은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강운태 전 광주시장에게 각각 1천만 원을 후원하는 등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11명에게 모두 1억500만 원을 후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