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으로 얼마의 이익을 거둘까?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오토에버 자료를 종합해 분석하면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으로 최소 160배가 넘는 차익을 보게 된다.
현대오토에버는 2000년 4월에 오토에버닷컴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설립 초기 사업목적은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관련, 중고차매매와 알선업, 컴퓨터·네트워크장비 도소매업과 전산시스템 설계, 관리 등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당시 현대차 이사를 비롯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캐피탈 등이 초기 자본금을 댔다.
오토에버닷컴은 주당 액면가가 5천 원인 주식을 모두 100만 주 발행해 자본금 50억 원 규모로 설립됐는데 이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20.1%(20만1천 주)였다.
정 수석부회장이 10억500만 원을 출자해 오토에버닷컴 설립에 참여한 것이다.
오토에버닷컴은 2001년 오토에버로 회사이름을 바꾼 뒤 2003년에 다시 이름을 오토에버시스템즈로 변경했다. 현재 이름인 현대오토에버로 바뀐 것은 2011년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사업목적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도소매업과 전산 시스템 설계, 관리 등으로 좁혀졌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에게서 시스템통합(SI) 분야 일감을 대거 수주하는 방식으로 회사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한 것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설립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자본금을 확충한다. 다만 이 방식은 이익잉여금의 일부를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무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대오토에버는 2010년 3월9일 이사회를 열고 이익잉여금으로 신주 100만 주를 더 발행해 주주들에게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1주에 추가로 1주를 더 줘 정 수석부회장의 보유주식 수는 40만2천 주로 늘었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추가로 투입한 돈은 없었다. 지분가치만 기존 10억500만 원에서 20억1천만 원으로 늘었다.
당시 현대오토에버 이사회 멤버는 김선태 대표이사,
정의선 이사, 김익교 이사 등 3명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 현대차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김익교 이사는 현대차 사장을 맡고 있었다.
현대오토에버가 2014년 11월1일자로 현대씨엔아이를 흡수합병하면서 발행주식 수가 모두 206만5242주까지 늘었으나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은 변하지 않았다.
현대오토에버는 기업공개를 추진하며 2018년 12월14일에 액면가액 5천 원짜리 주식을 500원으로 액면분할했다. 발행주식 수가 10배로 늘어나면서 정 수석부회장의 보유지분수는 402만 주까지 늘었다.
현대오토에버는 주식 공모가로 1주당 4만~4만4천 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최소 1608억 원에서 최대 1768억8천만 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오토에버를 설립한지 19년 만에 보유주식 가치가 160~177배가량 뛰는 것이다.
비상장회사를 성장시켜 상장시 지분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기업운영의 목적이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 계열사에게서 물량을 대거 몰아 받는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가치 증가를 놓고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오토에버는 2017년 별도기준으로 매출 1조1587억 원을 냈는데 이 가운데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이 90%를 넘는다. 2011~2016년의 내부거래 비중도 평균 85~90% 안팎에 이른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통해 보유지분 절반을 구주매출로 처분한다. 정 수석부회장이 확보하게 될 현금은 800억~884억4천만 원이다.
이 현금은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