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의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주식감자가 포함된 팬오션 변경회생계획안이 확정되면 2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팬오션 소액주주들은 주식감자에 반발하며 변경회생계획안을 산업은행이 수용하면 홍 회장 등을 배임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계열사 포스하이알을 청산할 경우 수백억 원의 손해도 봐야 한다.
◆ 팬오션 주식감자 추진에 소액주주 반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원은 법정관리중인 팬오션이 지난 21일 제출한 변경회생계획안의 확정을 오는 6월 관계인집회에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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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
팬오션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의 요청에 따라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1.25대1 비율의 무상감자를 실시하는 방안을 변경회생계획안에 포함했다. 하림그룹은 유상증자 8500억 원과 회사채 2천억 원 인수를 통해 1조500억 원에 팬오션 경영권을 사들이게 된다.
이 계획안은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의 3분의 2와 주주의 절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확정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팬오션 지분 13%(약 2788만 주)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주식이 감자되면 주주들은 보상없이 정해진 비율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가운데 일부를 잃게 된다. 가령 팬오션 주식 2500주를 지녔던 주주의 경우 1.25대1 비율의 감자가 진행되면 보유주식 수가 2천 주로 줄어들게 된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팬오션 지분가치는 22일 종가 3200원 기준으로 약 892억 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1.25대1 비율 주식감자가 포함된 팬오션 변경회생계획안이 확정되면 2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는다.
팬오션 소액주주들은 주식감자에 반발하며 산업은행에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해 산업은행이 찬성할 경우 홍 회장과 관련 책임자를 배임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팬오션 매각이 장기화할 가능성 때문에 주식감자를 무조건 반대하기도 힘들다.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고 지난해 팬오션 인수 본입찰에 단독참여했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예비협상대상자가 없어 다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 포스하이알 청산되면 손해 봐
포스코가 계열사인 포스하이알을 청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청산이 이뤄지면 산업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봐야 한다. 산업은행은 포스하이알에 모두 290억 원의 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포스하이알의 모기업인 포스코엠텍은 22일 포스하이알의 청산에 대해 “포스하이알 매각 등을 여러 모로 검토하는 단계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가 포스코하이알을 청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본다.
포스하이알은 지난해 매출 14억 원에 영업손실 57억 원을 냈다. 포스코하이얼은 부채비율이 1184%에 이르러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받는다.
산업은행은 우리은행과 함께 포스하이알 대출담보로 모두 418억 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 등을 잡고 있다.
그러나 포스하이알이 청산될 경우 두 은행은 전체 대출 가운데 149억 원 정도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포스코의 신용도를 고려해 대출을 한 부분도 있는데 포스하이알을 청산한다면 꼬리 자르기와 다를 바 없다”며 “현재 포스코그룹에 대출만기 연장부터 모기업 포스코엠텍과 합병까지 포스하이알을 살릴 방안을 함께 찾자고 제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