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진출한 건설사들의 대외신인도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물산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베트남 경찰이 정식으로 조사에 나섰다. 베트남 당국은 포스코건설의 도로공사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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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왼쪽)과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 |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의 베트남 건설시장 진출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교통부는 최근 포스코건설의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해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포스코건설은 2009년에서 2013년까지 하노이~라오까이 사이 244km의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했다.
이 사업은 국내에서 포스코건설이 협력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공사다. 베트남 현지언론은 포스코건설이 해당사업을 15~30% 가량 저가수주한 것과 고속도로 개통 이후 지반침하가 발생한 것을 들어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지난해 철도청 간부들이 일본교통기술(JTC)로부터 공적원조개발사업 수주를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을 적발해 파면과 구속 등 중징계를 내렸다. 베트남정부는 이번 사업은 정부와 무관한 포스코건설의 문제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응웬 홍 쯔엉 베트남 교통부 차관이 “베트남은 모든 분야에서 부패와 싸우고 있는 중”이라는 말을 전하며 “이 때문에 포스코건설과 관련된 뉴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경찰은 삼성물산의 노동안전규정 위반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물산은 베트남 하띤성 붕앙 경제특구에서 항만공사를 하던 중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해 42명의 사상자를 냈다. 베트남 경찰은 지난달 30일 이 사건과 관련해 삼성물산 직원 48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현지언론은 사고발생 전 구조물이 흔들려 근로자들이 감독관에 보고했으나 감독관이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안전관리감독 소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은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베트남은 국내 건설사들의 중요한 시장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 건설시장에서 수주한 액수는 10배 가량 늘어나 아시아에서 베트남은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베트남 수주액은 19억 달러로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베트남에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은 뼈아픈 일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3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베트남 고속철도사업 수주를 타진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사태진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 남부 호치민과 북부 하노이를 종단하는 고속철도사업은 당초 일본 수주가 유력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한-베트남 FTA가 체결되면서 우리나라는 베트남 고속철도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지원하기로 했다. 개발원조자금 지원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호찌민~나짱 사이 1단계 구간에 대한 사업우선권을 보장받게 됐다.
베트남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인 만큼 각종 비리나 안전사고 전력이 있는 건설사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내 건설사 전체 신인도 하락으로 베트남 고속철도사업 수주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