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자회사 두산건설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마련이 시급하다.
14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재무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나 자산매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2월 안에 자세한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앞서 13일 발표한 2018년도 잠정실적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17년 146.3%에서 2018년 211.1%로 64.8%포인트 치솟았다.
특히 2018년 순차입금이 4조3987억 원으로 자본총계 4조3528억 원을 넘어서면서 두산중공업은 사실상 ‘남의 돈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됐다.
박 회장이 이런 재무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두산중공업의 신용도에 문제가 생겨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가스터빈, 해상 풍력발전, 가스화력발전소 등 신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차입금 마련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신사업들이 대부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과 맞물려 공공부문 연관성이 높은 것들이기 때문에 일부 사업의 입찰 과정에서 재무 불건전성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3일 두산중공업의 신용도를 BBB+로 유지했지만 전망을 ‘부정적’에서 ‘하향 검토’로 낮춰 잡았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수익구조 악화 속에 과중한 차입부담이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며 “보유자산 등을 활용한 추가 차입여력도 제한적이며 원리금 상환능력도 약화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자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과제만도 무거운데 자회사의 재무적 어려움까지 나눠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
두산건설이 13일 4천억 원가량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주식의 73.88%를 들고 있어 유상증자로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두산중공업의 연결 부채비율은 299.1%로 자회사의 재무상태를 나몰라라 할 수도 없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과 두산건설이 발표한 유상증자 예상금액을 고려할 때 두산중공업이 증자 참여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280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의미 있는 규모의 자금 마련은 힘들어 보인다.
두산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이 두산중공업의 최대주주로서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데 두산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18년 기준 105.3%로 재무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이 1조 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사용처가 확정된 금액만 올해 2467억 원, 내년 1409억 원이어서 자금여력이 크지 않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두산 자체 재무구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두산의 두산중공업 증자 규모는 1천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회장이 두산중공업의 자산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는데 보유 주식 매각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중공업이 들고 있는 자산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매물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36.3% 뿐이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 영업이익의 80%이상을 벌어주는 핵심 자회사인데다 지분율이 낮아 지분 매각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두산건설 지분 73.88% 가운데 일부를 매각할 수 있지만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라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다.
나머지 20여 곳의 해외 자회사들 가운데 두산스코다파워가 2017년 순이익 193억 원을 내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회사인데 이는 두산인프라코어가 2017년 거둔 순이익의 6.5%에 그치는 수준이다.
박 회장이 두산중공업의 해수 담수화사업부문의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떠오른 바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한 언론이 “두산중공업이 해수 담수화사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당시 예상 매각금액으로 알려진 3천억 원은 적어도 두산건설의 급한 불을 끌 정도의 수준은 된다.
이와 관련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절대로 해수 담수화사업을 매각하지 않는다”며 “애초에 해수 담수화사업은 기술과 사람만 있는 사업으로 정확한 가치 측정도 쉽지 않다”고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글로벌 발전업황 침체가 겹쳐 자체사업인 중공업부문의 수주금액이 2016년 9조534억 원에서 2018년 4조6441억 원까지 급감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두산중공업 별도기준 매출의 20% 수준을 담당하던 원자력발전소 관련 일감이 끊기다시피 했고 해외 석탄화력발전소나 가스화력발전소 등의 수주도 줄어드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 기간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임원 수를 140여명에서 80여명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부채 증가세를 막지 못했다.
2018년 3월에는 최형희 두산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를 공동대표이사로 내세우기까지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