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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가운데)이 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클래식500에서'호반건설-학교법인 건국대학교 기부약정 체결식'을 열고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맨 왼쪽), 송희영 총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호반건설 단독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할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호반건설 단독으로 금호산업 인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호반건설이 1조 원 규모의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만들 자금여력은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1천억 원 규모의 부지를 낙찰받고도 본계약 체결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두고 김 회장의 자금력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 금호산업 인수여력에 꼬리무는 의문
10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광주의 호남대 쌍촌캠퍼스를 낙찰받고도 아직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 1월7일 호남대 쌍촌캠퍼스와 천안지역 부지를 1615억 원에 일괄낙찰받았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석 달이 넘도록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호남대는 김 회장이 광주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등 바쁜 일정을 감안해 상당한 인내심을 보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약과 관련한 후속작업에 나서지 않자 지난달 말 호반건설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대가 계약 무효화를 위한 법적 처리에 들어가면 호반건설은 납부한 입찰보증금 200억 원을 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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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자금을 마련하느라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1천억 원대 밖에 안되는 학교부지 매입계약도 제때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인수가격이 1조 원 설까지 나도는 금호산업 인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찰공고에 나온대로 중도금 지급 일정을 놓고 협의를 하고 있다"며 "호남대 부지 인수계약은 금호산업 인수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2008년 이후 약 5년 동안 매출이 급증했다. 2008년 매출이 2400억 원 수준이었으나 2013년 1조 원 가까이로 늘었다.
순이익과 영업이익 합계는 각각 4871억 원과 5425억 원에 이른다. 5년 동안 매출총액은 3조5317억 원에 이르고 연평균 매출 7천억 원에 1천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반건설의 현금성 보유자산을 약 4400억 원 가량으로 추산한다. 호반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주택사업장에 남은 잔금을 감안해도 동원가능한 자금은 1조 원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무차입 경영 등 안전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며 “시장예상을 뛰어넘는 통큰 인수대금을 제시할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 김상열이 넘어야 할 여론전
금호산업 인수전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박 회장을 상대로 인수대금 싸움뿐 아니라 심리전도 펼쳐야 한다.
호반건설은 2013년 시공능력 평가 24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5위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금호산업은 18위에서 20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 등 금호산업의 잠재적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면 호반건설이 인수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그렇지만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에 대해 광주전남의 불안한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호남지역에 뿌리를 둔 전통있는 명문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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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회장은 9일 메세나협회 9대 회장에 취임한 자리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한국의 '메디치 가문'이라며 전통있는 기업으로서 자긍심을 은근히 과시했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광주상의 회장을 맡아 지역경제에서 위상을 높이고 장학금 지원 등 호반건설의 사회공헌활동도 부쩍 늘리고 있다.
김 회장은 광주상의 회장 자격으로 최근 호남선 KTX와 관련해 "광주가 서남권의 경제교통의 중심지로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호남선 KTX 요금인하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김 회장의 이런 행보는 광주전남의 불안한 시선을 잠재우기 위한 여론전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예비실사가 10일 마무리됐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5개 회사는 이달 28일까지 본입찰 접수를 마쳐야 한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5월 초에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