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싱가포르 노선에 이어 몽골 노선의 운수권 배분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월 진행될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 배분에 진에어가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3월31일부터 시작되는 항공사들의 하계 스케줄 시작에 맞춰 몽골 노선을 취항할 수 있도록 2월 안으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추가 운수권을 배분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부산~울란바토르 노선에 집중하는 에어부산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들이 인천~울란바토르 운수권 배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부산 역시 인천~울란바토르 운수권 신청을 배제하지는 않은 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진에어는 경영혁신이 이뤄질 때까지 신규 노선 취항을 금지한 국토교통부의 제재 때문에 운수권 배분에 참여할 수 없다. 진에어로서는 ‘황금 노선’으로 여겨지는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눈뜨고 경쟁사에게 뺏길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성수기 탑승률이 90%를 넘는 노선이다. 지금까지 항상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던 노선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비행시간(3시간30분)이 소요되는 홍콩 등 취항지보다 운임도 최고 2배 이상 높게 형성돼있다.
몽골 노선의 성장성 역시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몽골 사이 항공 수요는 약 33만 명으로 추산되며 연 평균 11%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항공회담의 성공으로 대한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독점이 해소되고 주간 운항편수, 좌석 등이 모두 늘어나면서 운임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몽골로 향하는 항공 수요의 성장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같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지금까지 몽골 노선을 독점하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만약 진에어가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운수권 배분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2017년 기준 저비용항공사 매출순위 2위에 올라있다. 2018년에도 순위 변동은 없었던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토교통부의 제재 이후 1위인 제주항공과 격차는 벌어지고 있고 3위인 티웨이항공과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진에어는 2018년 3분기에 매출이 제주항공보다는 745억 원 적고 티웨이항공보다는 832억 원 많았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제재 영향이 본격화한 2018년 4분기 항공사별 추정실적에 따르면 4분기에 진에어와 제주항공 사이의 매출 격차는 906억 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사이의 매출 격차는 529억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매출 뿐 아니라 영업손익 측면에서도 진에어는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2018년 4분기에 진에어는 영업손실 152억 원,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 124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전체 영업손익은 여전히 진에어가 우세하지만 4분기만 따지면 티웨이항공에게 영업손익 2위 자리를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배분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경쟁사가 이 노선을 차지하는 것이 진에어에게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몽골 노선에 더해 역시 2월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싱가포르 노선 운수권 배분에도 참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싱가포르 노선 역시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황금 노선으로 알려져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우리가 운수권 배분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국토교통부는 16일과 17일 진행된 한·몽 항공회담에서 대한항공이 독점하고 있었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다른 국적항공사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노선 운항횟수와 운항가능 좌석을 대폭 늘리는 것을 몽골 측과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몽골 노선의 운항 가능 횟수는 주 6회에서 주 9회로, 운항 가능 좌석은 1488석에서 2500석으로 늘어나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