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HUFFPOST
인사이트  기자의 눈

기자의 '무례한' 질문과 기자의 '엄중한' 책무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19-01-11 16:16:32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백악관 할머니’로 불렸던 헬렌 토머스 전 UPI 기자는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존 F. 케네디를 시작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취재한 최장수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다.
 
기자의 '무례한' 질문과 기자의 '엄중한' 책무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문일답을 포함한 신년 기자회견을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고 있다. <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고 물어 난처하게 만드는 등 ‘촌철살인’으로 유명했다.

기자는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못된 질문’을 하거나 무례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예의를 지키고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틀에 박힌 질문만 한다면 어떻게 꼭꼭 숨겨진 진실을 캐낼 수 있겠는가.

특히 권력과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권력을 감시할 비판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자의 무기가 질문이기도 하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화제다.

기자들에게 자유롭게 질문의 기회를 주고 대통령이 공을 들여 대답하는 모습에서 권위주의와 결별하고 진일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대통령에게 한 질문이 적절했는지를 놓고도 여러 말이 나돈다.

김 기자는 대통령에게 “현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물었다.

김 기자를 향해 비난이 나온다.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던진 기자'가 되고 싶은 영웅심리가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주는 어떠한 공익적 목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자의 '무례한' 질문과 기자의 '엄중한' 책무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8월4일 헬렌 토머스 기자의 89번째 생일을 맞아 컵케이크를 선물하고 있다.

아마도 사실에 근거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기자의 기본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기자는 “누구나 다 느끼는 점을 국민을 대신해 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타까울 뿐이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는 헬렌 토머스 전 UPI 기자의 말처럼 사실에 근거해 치밀한 준비로 촌철살인의 질문을 던져 ‘무례했다’는 논란이 일었다면 우리사회가 더 좋아지고 있다는 마음이라도 들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자들은 충분히 무례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을 대신해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어깨를 짓누르는 엄중한 책무를 안고 '무례함의 자유'를 지녀야 한다.

헬렌 토머스 전 UPI 기자는 레바논계 이민 2세였는데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 폴란드나 독일로 가야 한다”는 실언으로 결국 언론계를 떠나야 했다.

엄중한 책무를 갖추지 않은 기자의 말과 글의 무례함은 그렇게 무섭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

최신기사

[채널Who] 명품 소비가 불안한 사회의 '진통제' 역할 중, 백화점 호황이 반갑지만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공식화에 산하 LCC 통합도 주목, 합병비율·조종사서열·마일리지..
[채널Who] 쿠팡에 상처 받는 소상공인들, 불공정 분쟁 늘어도 "배제될까 무서워" 참..
[현장] 신반포19·25차 재건축에 포스코이앤씨 "사업조건 압도", 삼성물산 "반포 잘..
이재명 첫 민간단체 방문 '새마을운동중앙회', "박정희 대통령이 큰 성과"
크래프톤 김창한 '서브노티카2 흥행 딜레마', 많이 팔릴수록 손해 보는 이상한 구조
SK이노베이션 실적 개선에 숨은 '착시', 장용호 배터리 리밸런싱 성과 시급
'7.8조' 차기 구축함(KDDX) 입찰 D-1, 'HD현대 정기선 vs 한화오션 김동..
[오늘Who] '삼성 보험 형제' 상승장에 깜짝실적, 생명 홍원학·화재 이문화 연간 최..
[14일 오!정말] 이재명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한 큰 성과"
KoreaWho

댓글 (1)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helory
좋은기사 잘읽었습니다. 헬렌토머스 기자 생각나네요.   (2019-01-12 0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