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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그룹을 통합상속받나, 분할상속받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3-31 17: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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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은 그룹을 통합상속받나, 분할상속받나  
▲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을 받고 있다. <뉴시스>

기업의 인수합병은 대개 사업적 목적과 재무적 목적 둘 중 하나를 겨냥하고 있다. 재무적 목적은 대개 지배구조와 연결돼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31일 합병을 결정했다. 삼성그룹은 오직 사업 효율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강조한다. 삼성SDI나 제일모직에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삼성 오너들의 개인 지분은 거의 없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순환출자 고리에서도 삼성SDI나 제일모직은 빠져있다.

하지만 껍질을 벗겨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우선 삼성전자가 삼성SDI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전자 부문에서 셋트부터 부품 그리고 소재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전히 이뤄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향후 ‘오너’로서 전자 부문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은 향후 삼성전자를 포함해 전자 부문을 스마트폰 가전 등 셋트 부문과 부품 및 소재 부문으로 언제든지 분할할 수 있는 기초작업을 마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삼성전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재용 삼성 체제에서 언제든지 모색할 변화의 단초를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구축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일모직의 경우 기존 대주주가 국민연금이었으나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가 삼성SDI를 통해 제일모직의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단순한 투자자였지만 언제든지 경영에 강력한 요구를 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히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여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건설이나 화학 부문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암초에 부닥칠 수도 있다.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이 삼성SDI에 합병되고 삼성전자가 삼성SDI를 지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 개편은 이건희 회장이 의도하는대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의 사업적 의미

이번 합병은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오는 5월30일 주총 승인을 거쳐 7월1일부터 합병된다. 이로써 삼성SDI는 총자산 15조 원, 매출 9조5000억 원의 거대 기업으로 탄생한다.

두 계열사의 합병은 사업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삼성SDI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동반자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핵심 부품 공급 업체다. 1970년 진공관 생산업체인 삼성NEC로 설립된 이래 브라운관·PDP·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등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2차전지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 10조5557억 원에 매출 5조164억 원의 대기업이다.

제일모직의 위상도 만만치 않다. 섬유업체로 출발했지만 1989년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사업에 뛰어든 이래 합성수지를 만드는 케미칼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전자재료로 분야를 나눠 소재 분야에서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9월 독일 OLED 소재업체 노발레드를 3455억 원에 인수하는 등 몸집을 불려 총자산 4조7853억 원에 매출 4조4111억 원을 기록했다.

두 업체의 지난해 실적은 좋지 못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274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꼽았다. 반면 제일모직은 지난해 199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 9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상장 후 첫 적자전환이라는 ‘어닝 쇼크’를 보여줬다. 역시 스마트폰 수요 하락에 따른 영향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소재 업계와 부품 업계에서 각각 쌓은 두 회사의 전문 역량과 기술을 합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는 말했다.

제일모직이 소재를 만들고, 그 소재로 삼성SDI가 부품을 만드는 만큼 합병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합병은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도 깊게 관련이 있다. 앞으로 전기자동차 등에서 제대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박상진 사장은 최근 “전기자동차가 제대로 되려면 지금 쓰는 (배터리) 소재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소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남성 제일모직 사장도 지난해 11월 1조8천억 원을 투자해 2차 전지용 분리막 기술 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신소재 개발로 활로를 찾던 제일모직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삼성SDI가 힘을 합친 모양새다.

삼성SDI 관계자는 “두 회사의 강점인 초경량 소재와 배터리 기술을 결합해 전기 자동차 주행 거리를 늘리는 등 차세대 먹을거리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남성 사장이 “이번 합병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초일류 에너지 소재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병은 자동차와 OLED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2차 전지용 분리막이 아직 연구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케미칼 사업 분야의 주연료 및 디스플레이용 전자 재료가 모두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해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족히 2~3년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전자재료 부문은 삼성SDI와 크게 겹치지 않아 (시너지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이재용은 그룹을 통합상속받나, 분할상속받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11월30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삼성 회장 취임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뉴시스>

◆ 삼성전자 수직계열화, 이재용의 전자 지배체제 강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 완성을 의미한다. 소재(제일모직)와 부품(삼성SDI)으로 나뉜 생산 체제가 삼성SDI로 수직 통합돼 곧바로 삼성전자가 담당하는 완제품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신과 컴퓨터 부품 생산 업체인 삼성전기와 디스플레이 소자를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포함된다.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세 계열사의 수직계열화 구도가 완성된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라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의미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는 기반이 된다. 삼성그룹이 어떤 형태로 3세에게 승계되든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 부문을 받을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병은 삼성전자를 통해 전자 부문의 지배력을 확보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오너’로서 전자 쪽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제일모직에 대한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제일모직 주식 중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은 전체의 7.14%에 불과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11.63%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제일모직이 삼성SDI와 합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삼성SDI의 주식 중 20.3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합병으로 전체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도 삼성전자는 제일모직이 합병된 삼성SDI에 대해 13.50%의 지분을 차지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즉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는 제일모직의 지분을 따로 확보하지 않고도 지배권을 얻은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는 (지분 확보를 위한) 현금을 들이지 않고도 제일모직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삼성전자를 통해 제일모직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주목을 받는 것은 제일모직이 지닌 계열사 지분들이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상당히 의미있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0%를 소유한 대주주다. 이밖에도 삼성정밀화학 3.16% 삼성중공업 0.42% 삼성테크윈 0.12%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석유화학의 경우 지분을 21.4%나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들은 삼성전자 아래로 모이게 됐다.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과 삼성석유화학 지분은 매우 중요하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삼성물산으로 넘어갈 경우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건설 부문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서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삼성에버랜드 건설 부문까지 놓고 건설 부문을 새롭게 판을 짤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삼성SDI가 보유중이던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5.1%를 삼성물산에 매각했다.

또 삼성석유화학 지분도 마찬가지다. 삼성석유화학 최대주주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33.25%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삼성석유화학에 대해 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21.4%를 합치면 34.4%로 사실상 삼성전자가 삼성석유화학의 1대 주주 노릇을 하게 된다.

흔히 삼성그룹은 전자와 금융은 이재용 부회장이, 건설과 화학은 이부진 사장이, 미디어와 패션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승계한다는 예측이 높았다. 그러나 이 예측은 이번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다시 한번 혼란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흔히 말하는 예측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높일 것인가 하는 의문을 다시 한번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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