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미국의 식료품 유통기업 ‘굿푸드홀딩스’를 3074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미국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굿푸드홀딩스는 ‘브리스톨 팜스’와 ‘레이지 에이커스’, ‘메트로폴리탄 마켓’ 등 3개 프리미엄 식음료품 유통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회사로 미국 서부 지역에서 2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레이지 에이커스는 유기농 식품과 건강 보조식품을 주로 판매하며 브리스톨 팜스와 메트로폴리탄 마켓도 고급 식음료품을 취급한다. 특히 브리스톨 팜스와 레이지 에이커스는 미국 위키피디아에 ‘고급(upscale)’ 식료품점으로 소개된 프리미엄 브랜드다.
정 부회장이 미국 현지의 유통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마트의 프리미엄 그로서란트(식료품을 뜻하는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의 합성어) 매장인 PK마켓을 열기에 앞서 그에 걸맞는 수준의 식음료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앞서 8월 LA 시내에 PK마켓을 열기 위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필리핀에 진출하면서는 낮은 가격이 강점인 ‘노브랜드’를 앞세웠다.
이마트는 11월 필리핀 유통업계 2위 기업인 ‘로빈슨스 리테일’과 이마트 전문점 노브랜드와 센텐스를 수출하는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 노브랜드 매장 25곳을 필리핀의 주요 쇼핑몰과 백화점 등에 열기로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초저가 매장)가 매우 발달한 반면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가격을 크게 낮춘 매장들이 아직 많지 않다”고 노브랜드 수출 배경을 설명했다.
정 부회장의 이런 '맞춤전략'은 중국사업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해 점포 수를 30개까지 늘렸지만 경쟁 심화와 현지화 실패로 고전했다. '사드보복'으로 한한령까지 몰아치자 결국 2017년 전면 철수했다.
중국에서 얻은 교훈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 진출에 공동으로 적용하는 것도 있다. 직접 매장을 내지 않고 자체 상품을 수출하거나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간접 진출하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했지만 미국에 PK마켓을 내는 방식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굿푸드홀딩스 인수와 관련해 "안전성을 고려해 현지에서 인지도가 있는 기업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굿푸드홀딩스를 활용한 사업전략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미국에서 조달과 운영 경험이 아직 부족하고 중국시장 실패로 유통망 확대를 위한 공격적 투자가 부담스러우며 현지시장을 완벽히 분석하지 못했다”며 “PK마켓 확장에 집중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