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골든 타이밍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수 후에도 성장할 여력이 있어야 인수 후보들에게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품고 있으면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있지만 덩치가 커지고 성장이 정체되면 결국 매각 시기를 놓칠 수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오렌지라이프와 코웨이 등 대형 매물을 잇달아 매각한 MBK파트너스가 다음 매물로 아웃도어 의류기업인 ‘네파’를 내놓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MBK파트너스의 2호 블라인드펀드에서 네파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조 원가량을 투자해 네파 지분 94.2%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이 가운데 절반인 5천억 원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그러나 네파는 아웃도어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실적이 뒷걸음질하고 있다.
네파는 2013년 매출 4703억 원, 영업이익 1182억 원을 냈지만 지난해 매출 4052억 원, 영업이익 502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매출도 큰 폭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났다.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아웃도어시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의류 소비 감소, 브랜드 난립에 따른 경쟁 심화로 당분간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를 놓고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따라다닌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무려 7조2천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금융권 및 기관투자자에게서 빌린 돈(인수금융)만 4조3천억 원에 이른다.
국내 대형 마트는 20년 넘게 이어졌던 성장 시대를 끝내고 지난해부터 저물고 있다. 홈플러스도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앞으로 성장세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홈플러스리츠’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홈플러스 매장 40곳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만들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리츠 상장에 성공하면 홈플러스에 유입되는 현금은 3조6천억~4조6천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금이면 인수금융 대부분을 갚을 수 있다.
식음료와 프랜차이즈 기업에 투자한 사모펀드들도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건스탠리PE는 2011년 외식 프랜차이즈 ‘놀부’를 1200억 원에 사들였다. 놀부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무려 8년을 품고 있었지만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만큼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PE는 2015년에도 놀부를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PE)도 올해 외식 브랜드 ‘매드포갈릭’을 운영하는 ‘엠에프지코리아’를 매각하려 했지만 매각을 잠정 중단했다.
SCPE는 2014년 500억 원을 들여 엠에프지코리아 지분 71.42%를 인수했다.
매드포갈릭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매각도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최저임금 인상, 더욱 빨라진 외식업계 트렌드 변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강화 등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외식기업을 비롯한 소비재기업이 현금 창출력도 좋고 실적 개선의 여지도 많아 사모펀드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매물이었지만 앞으로는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