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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아들에게 동부화재 경영권 승계 문제없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3-15 06: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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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아들에게 동부화재 경영권 승계 문제없나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서 제조계열사들이 어둠이라면 금융계열사는 빛이다.

동부화재를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은 지난해 동부그룹 구조조정 와중에도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았다.

김 회장이  오래전부터 금융계열사와 제조업계열사가 서로 보유하던 지분을 정리해 지배구조를 분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이다. 동부화재는 핵심 금융계열사인 동부생명과 동부증권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또 동부증권은 동부저축은행과 동부자산운용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부장은 동부화재 지분 14.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지난해 동부제철의 경영권을 잃는 과정에서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추가담보로 내놓으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절했다.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들은 대체로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 동부 금융계열사를 아들에게 무사히 물려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남호 부장을 비롯해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보유 지분이 대부분 담보로 잡혀있을 뿐 아니라 최근 동부메탈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김남호 부장이 보유하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도 매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동부화재 경영실적 순항

동부화재는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김정남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다. 김정남 사장은 지난해 금융권이 저금리 기조에 시달릴 때도 동부화재의 수익을 늘린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4003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2013년 순이익 2967억 원보다 46% 정도 증가했다. 보험회사의 매출을 가리키는 영업수익도 12조4922억 원으로 늘었다. 2013년 영업수익 8조9630억 원보다 수익성이 훨씬 좋아졌다.

동부화재는 현대해상과 벌이던 손해보험업계 2위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섰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순이익 2333억 원을 낸 데 그쳤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격차를 약 2천억 원으로 늘렸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부화재는 기존에 맺었던 계약의 마진관리를 잘 하고 있으며 수익성이 높은 운전자보험 등의 계약을 새로 따낸 비중도 높다”며 “2위권 경쟁을 벌이는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좋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사장은 연임에 성공하면 동부화재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동부화재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시장에서 현지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1월 베트남 현지 손해보험업계 5위 회사인 PTI의 지분 37.32%를 5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손해보험회사 안청보험사 지분 15.01%를 약 1500억 원에사들였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현지법인을 만드는 방식은 영업망을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는 위험성이 있다”며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현지 손해보험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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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

◆ 금융지주회사 준비하는 동부화재


김준기 회장은 김정남 사장의 연임을 통해 동부화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화재는 앞으로 동부그룹의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지난달 동부제철이 보유했던 동부캐피탈 지분 49.98%와 특수관계인 개인지분 0.04%를 약 100억 원에 사들였다. 동부화재는 기존에 보유했던 지분 19.98%와 합쳐 동부캐피탈 주식 가운데 7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99.9%)과 동부증권(19.20%)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동부증권이 동부저축은행(49.98%)과 동부자산운용(55.33%)의 대주주인 점을 고려하면 동부화재는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정점에 올라있는 셈이다.

동부화재는 이번에 동부캐피탈을 인수하면서 손해보험, 생명보험, 자산운용, 저축은행, 증권회사를 아우르는 종합금융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 금융지주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김 회장의 아들 김남호 부장은 동부화재 지분 14.06%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도 7.87%를 소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김 회장은 사실상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상속을 마친 것이다.

그러나 김 회장과 김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은 위태롭다.

김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 가운데 90.08%는 금융회사에 대출담보로 잡혀있다. 동부화재 주가가 갑자기 떨어지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남호 부장은 동부화재 보유지분 가운데 99.99%를 대출담보로 내놓았다. 누나인 김주원씨도 동부화재 보유지분 4.07% 가운데 99.95%를 대출담보로 잡혀있다. 김 회장도 보유지분 가운데 67.38%를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김남호 부장은 지난해 8월 동부화재 주가가 1주당 6만 원대로 상승하자 담보가치여력을 재조정해 추가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동부화재 주가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4만8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김 회장 일가가 2012년 주식담보대출을 할 때 평가받은 1주당 4만 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맡은 금융기관들이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주식을 시장에 파는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며 “주가가 심각하게 떨어져 반대매매가 시작될 경우 김 회장 일가가 동부화재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우호지분도 많고 3만 원대에 담보를 맡긴 지분도 적지 않아 경영권이 흔들릴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메탈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도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동부메탈 채권단은 회사채 채권자들이 상환만기를 미뤄야만 워크아웃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상환만기 유예 결정이 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김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동부메탈 지분 31%를 소유한 2대주주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동부메탈 지분과 함께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당시 일부 재무적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동반매각요청권(드래그어롱)을 대출조건에 넣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동부메탈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동부메탈과 동부화재 지분을 함께 매각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메탈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무가 동결되면서 빚을 갚기 힘들어진다”며 “동부메탈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만일 그렇게 되면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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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 동부증권과 동부생명의 엇갈린 실적


동부증권과 동부생명은 동부화재가 지분을 보유한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다.

두 회사는 동부화재와 더불어 동부그룹의 영업수익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한다.

동부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163억 원을 냈다. 2013년 순손실 83억 원을 봤는데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 증권업계가 구조조정 한파에 휩싸여 있지만 최근 동부그룹 공채를 통해 신입직원 약 15명을 선발하기로 하는 등 경영환경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월 동부증권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안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당시 동부증권이 양호한 수익구조를 보유했으며 동부그룹 제조업계열사와 지분구조가 완전히 분리돼 경영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김 회장은 동부증권이 2013년 적자를 낸 뒤에도 지난해 3월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을 재신임하며 장기적 경영성과를 주문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고 사장에게 안정적 경영구조를 보장한 것이 흑자전환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동부화재를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동부제철이 보유한 동부증권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김남호 부장은 동부증권 지분 6.38%, 김준기 회장은 5.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동부제철도 동부증권 지분 8.13%를 소유하고 있다. 이 지분 가치는 142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동부화재가 이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본다.

동부생명은 지난해 실적이 악화했다. 동부생명은 지난해 172억 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3년 거둔 순이익보다 약 46% 감소한 것이다.

동부생명은 법원이 지난 2월 자살자에 대한 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악재를 만났다. 동부생명은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미지급 자살보험금 10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종 판결도 자살보험금 지급으로 나올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동부생명은 동부건설이 지난해 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약 287억 원 규모의 회사채가 그대로 부실채권으로 떠안게 됐다. 동부생명은 지난해 9월 동부건설에 대출해준 174억 원 가운데 77억 원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동부생명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자기자본 5422억 원을 보유하고 있어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손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손실 때문에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알리는 지급여력비율(RBC)가 5%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부생명은 올해 상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생명은 2013년 12월 기업공개(IPO) 예비심사를 신청했으나 동부그룹 전반의 경영악화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을 고려해 4개월 만에 상장을 철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화재가 금융지주회사로 거듭나려면 동부생명의 상장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김 회장도 기업공개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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