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가 하락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사태로 위기에 빠지면서 삼성물산이 지닌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거래 정지가 결정된 14일 47만4500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한 달 사이 주가가 30%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가치도 7조6천억 원 감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폐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상장 폐지가 결정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는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12월5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심의 대상으로 결정되면 기업심사위원회가 20일 이내 상장 폐지 또는 개선 기간 부여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
문제는 그동안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해결방안으로 꼽혀왔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생명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한 대금을 활용할 것으로 유력하게 꼽혀왔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92%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 가치는 약 23조 원에 이른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취득 가치가 아닌 시장 가치 기준으로 보유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4.92%를 처분해야 한다.
만약 이 지분을 시장에 팔게 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사들이는 것이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4조2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개정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약 15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43.4%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전량 매각하면 4월 기준 약 13조 원에 이르는 현금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거래 정지 종가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는 9조5천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이 폐지될 가능성은 낮지만 주가 하락은 방어하기 힘들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현금 확보에 큰 차질이 빚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