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로 신뢰도 회복에 다시 먹구름이 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업무정지 제재 여파를 벗어나는 중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또 다시 휘말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을 놓고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회계 처리한 것을 놓고는 2012~2013년 부분은 과실, 2014년 부분은 중과실이라고 판단했다.
증권선물위는 딜로이트안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인으로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3년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업무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제재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과거의 악재를 털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딜로이트안진은 금융위로부터 2017년 4월5일부터 2018년 4월4일까지 1년 동안 업무정지 제재를 받아 신규 감사업무를 수임할 수 없었다.
제재의 여파로 감사대상 법인 수가 2016년 223곳에서 2017년 106곳으로 반토막났고 감사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10.7%에서 4.7%로 줄었다.
딜로이트안진은 불과 열흘 전인 11월5일에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금융위가 딜로이트안진에게 업무정지 제재를 내린 것이 과도했다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딜로이트안진이 금융위의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에서 “딜로이트안진이 소속 공인회계사의 위법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은 과중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딜로이트안진의 명예회복에 의미가 있다”며 “금융위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승소에 따른 명예회복은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갈 듯 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초대형 분식회계 사건에 모두 연루됐고 승소한 지 열흘만에 다시 새로운 제재를 받게 됐으니 회계법인으로서 신뢰도 타격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나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증권선물위의 제재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만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함께 제재를 받게 된 삼정KPMG와 비교하면 처분이 가볍다.
증권선물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인인 삼정KPMG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고 과징금 1억7천만 원,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업무 5년 제한, 관련 공인회계사 4명 직무 정지 등 제재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이야기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