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글과 협력해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을 포함한 다양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에 최적화할 수 있는 모바일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접는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기준'으로 자리잡으며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부사장은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개발자회의에서 삼성전자가 개발중인 접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모양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화면을 접으면 일반 스마트폰처럼, 펼치면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다.
데니슨 부사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스마트폰 화면이 본체 크기를 넘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사용경험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접는 스마트폰이 화면이 커진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스마트폰보다 의미있는 수준으로 발전한 사용경험을 제공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사인 구글과 협력으로 이런 목표는 현실에 더 가까워졌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같은 날 별도의 개발자회의를 열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접는 스마트폰을 지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협력해 내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는 경쟁력 확보에 필수조건으로 꼽혔다.
접는 스마트폰의 화면은 기존 제품보다 커지고 비율도 달라지는 만큼 운영체제나 앱에서 이를 온전히 지원하지 않는다면 일반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활용성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 직접 나서 삼성전자의 접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운영체제 지원 계획을 밝힌 만큼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도 적극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접는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최적의 사용경험을 갖추기 위해 구글과 개발 초기부터 협력했다"며 "외부 개발자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접는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인터페이스체계 '원UI'도 공개했다.
원UI는 접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S9와 갤럭시노트9 등 이전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화면 일부를 U자 또는 V자 모양으로 잘라낸 디스플레이,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와 화면을 잡아당겨 늘릴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접는 스마트폰을 넘어 더 다양한 형태의 제품에 구글과 협력한 원UI 적용을 확대하며 스마트폰시장에서 디자인 변화를 주도하고 앞서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디자인의 유행을 주도하는 것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기술력이 가장 앞선 제조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
지금은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세계 스마트폰업체가 애플 아이폰의 디자인 변화를 따라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의 대량 양산과 판매를 가장 먼저 시작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증명하면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려 실제 판매 확대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 삼성전자가 공개한 접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스마트폰시장은 갈수록 비슷해져가는 디자인과 발전 속도 저하로 침체돼있던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에 수년 만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중국 화웨이와 오포, LG전자 등 여러 스마트폰업체가 개발에 뛰어든 접는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준점'으로 자리잡았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접는 스마트폰은 아직 형태와 화면 비율, 해상도 등이 표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부터 제조사들이 저마다 완전히 다른 모양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 효과로 가장 최적화된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 앱 등 소프트웨어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접는 스마트폰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확보할 수도 있다.
데니슨 부사장은 삼성전자 접는 스마트폰의 양산이 수개월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된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는 내년 1월 공개가 예정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