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기내에서 소주를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규남 사장은 제주항공 직원들에게 새로운 방식과 창의적 사고를 요구해 제주항공을 저비용항공사 1위로 올렸는데 기내 소주판매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 승무원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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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 |
이런 우려에 대해 제주항공은 이미 대형항공사들이 기내에서 더 도수가 높은 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소주라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1일부터 기내에서 소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기내에서 소주를 판매하는 것은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제주항공이 판매하는 소주는 ‘처음처럼 순한 쿨’이다. 롯데주류가 지난해 여름 내놓은 것으로 파우치 형태의 포장방식을 적용해 슬러쉬 음료처럼 얼렸다가 녹여 마실 수 있다. 용량은 220mL로 기존 병소주의 3분의 2 정도며 도수는 16.8도다.
제주항공은 이 소주를 만 19세 이상 승객에게 1인당 1개씩 제한해 5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소주를 원하는 승객들이 종종 있어 판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존 항공사들은 제주항공의 소주 판매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주가 다른 주류보다 도수가 높은 데다 1인당 1개 제한 판매가 무의미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비판도 적지 않다. 국내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서 제주항공의 소주 판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음주문화에 관대한 한국이지만 기내에서까지 꼭 소주를 판매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여서 넓지 않은 실내에 술냄새가 풍길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단체관광객이 한 개씩 사서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어 소주를 무한대로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버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이 기내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내에서 맥주를 함께 주문해 폭탄주를 만들어 먹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맥주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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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처럼 순한 쿨 |
승무원 준비생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승객이 술을 마시고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승무원을 성추행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상황에서 소주를 판매하면 기내 승무원의 근무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들 것이라고 염려한다.
하지만 다른 주류를 이미 제공하는 마당에 소주라고 다를 것 있냐는 의견도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업계와 소비자들의 이런 우려에 대해 지나친 걱정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제주항공의 한 관계자는 “소주를 마시면 취하고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시면 안 취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다른 항공사들이 도수가 40도 정도 되는 위스키를 무료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소주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또 소주 판매가 1인당 1개로 제한돼 있는 데다 한 번 비행할 때 실리는 소주가 10개 정도로 제한돼 있어 단체관광객 등에 대한 우려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