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남쪽 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부정론에 힘을 싣는 행보를 다시금 보였다.
유엔의 기후 전문가 그룹이 최근 공식적으로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관련한 연구를 중단한 점을 계기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과학자들이 말해온 ’기후 종말‘이 실존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기후대응 정책 해체 기조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현실적 시나리오에서 나타날 기후 변화도 전 지구적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
◆ 트럼프 “기후종말론자들은 틀렸어”
17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 15년 동안 민주당이 기후변화가 지구를 파괴할 것이라 떠들었는데 유엔 최고 기후위원회가 스스로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협력하고 있는 국제 협의체에서 결정한 사안을 놓고 그동안 제기된 기후변화 학설이 잘못됐다고 거론한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IPCC 제7차 보고서 작성(기사 하단 설명 참조)에 참여하고 있는 '시나리오 모델 비교 연구 프로젝트(SMIP)' 과학운영위원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 및 평가에서 극단적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SMIP 과학운영위원회는 IPCC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기사 하단 설명 참조) 아래 조직이다.
이번에 제외된 시나리오들은 기후변화가 극단적으로 악화돼 거의 지구 종말에 가까운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가정한 학설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은 너무 오랫동안 기후 운동을 이용해 미국인들을 겁주고 끔찍한 에너지 정책을 밀어붙였다”며 “허황된 연구 프로그램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녹색 신기술이라는 사기극을 벌이는 민주당과 달리 우리 행정부는 언제나 진실, 과학, 사실에 기반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극단적 기후 시나리오 퇴출의 진짜 의미
기후 전문가들은 극단적 시나리오 연구가 중단된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를 멈추기에는 불충분하지만 점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학설에서 말하던 최악의 재난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로저 팔케 주니어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최근 배출량 추세를 고려하면 높은 수준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실현은 불가능해졌다”며 “IPCC 연구진이 제시한 새 시나리오 분석을 보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 과학운영위원회에서 내놓은 제7차 기후모델비교평가프로젝트(CMIP7) 시나리오로 기존의 극단적 시나리오 분석을 대체하는 계획이 마련됐다.
CMIP7는 기후변화 영향을 ‘가장 낮음’부터 ‘가장 높음’까지 7단계로 세부적으로 나눠 분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CMIP7에서 가장 현실적인 ‘중간’ 단계를 보면 2100년 기준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5~2.7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차 범위까지 포함하면 최대 3.1도까지 오르게 된다. 중간 단계는 현재 세계 각국의 기후정책들이 그대로 유지되는 수준을 전제로 한다.
| ▲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예멘 수도 사나 인근의 저수지가 심각한 가뭄에 말라붙어 있다. <연합뉴스> |
◆ 기후 종말론의 종말이 온다?
다만 기온상승이 2.5도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그친다고 해도 대규모 재난을 아예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학계는 ‘파리협정(기사 하단 설명 참조)’에서 정해진 기온상승 마지노선인 1.5도를 넘어가는 순간 전세계적 기후 재앙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IPCC는 2022년에 발간한 제6차 보고서에서 2.5도 수준의 기온상승을 놓고 ‘고위험’ 단계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전 세계 산호초는 약 99%가 절멸하며 육상 및 해양 생물의 약 20~30%가 멸종 위험에 처하게 된다.
세계 인구 가운데 약 30억~40억 명이 수자원 극심한 수자원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주요 곡창지대의 만성화된 가뭄과 폭염으로 식량 생산량이 급감한다.
구체적으로는 밀은 15.0~16.2%, 쌀은 2.7~8.0%, 대두는 7.7~13.5% 현재 수준보다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CMIP7 수립에 참여한 데틀레프 반 부렌 네덜란드 환경평가청 선임연구원은 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새로 만들어질 기후 시나리오는 축하할 일이 전혀 아니다”며 “가장 높음 단계인 3.5도 상승은 상당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IPCC에 따르면 기온이 3.5도까지 오르게 되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은 폭염으로 거주가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 된다.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 연구진은 현재 세계 각지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CMIP7 시나리오에서 가장 높은 단계가 실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월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기후대응 정책을 빠르게 해체하고 있다. 지난 5월11일(현지시각)에는 ‘탄소중립 목표 폐기’를 내세운 영국 개혁당이 영국 지방의회 선거에서 약 30%의 의석을 차지하며 집권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주니어 AEI 선임연구원은 “과학계는 항상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여부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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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 유엔 산하의 기후 전문가 그룹으로 1988년에 창설됐다. 주기적으로 전 세계의 기후변화 현황과 전망을 담은 전문성이 높은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관련 공공기관 및 민간 연구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2년에 제6차 보고서(AR6)를 발간했으며 2027년 초안 발간을 목표로 제7차 보고서(AR7) 작성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제7차 보고서 참여 및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World Climate Research Programme) : 1980년에 국제과학위원회(ICSU)의 후원으로 창설된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국제 협의체다. 현재는 세계기상기구(WMO), 유네스코 정부간 해양학위원회(IOC) 등의 후원도 받고 있으며 민간 연구단체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협력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객관적 사실 검증 및 미래 예측을 위한 기후예측 모델링 구축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기후대응에 관한 정책적 권고에 역할이 좀 더 편중된 IPCC와는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파리협정 :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합의된 세계기후협정.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지향하며 2도 아래로 억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매년 말에 진행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협상의 기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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