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6-04-15 16:12:52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이란이 조만간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기대 속에 한국 정부가 이란에 선제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는 등 종전 이후를 대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란 재건을 위한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DL이앤씨, 현대건설, GS건설이 수혜를 입는 건설사로 부각될 전망이다.
▲ DL이앤씨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란에서 지사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를 통해 “내 생각에는 이란 전쟁이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며 “전쟁이 종료되는 상태에 아주 근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른 시일 내 종전 협상 재개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 양측은 오는 21일까지 2주 동안의 휴전에 합의하고 지난 11~12일 이틀에 걸쳐 한 차례 종전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이 진행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머무는 뉴욕포스트 기자와 같은 날 전화 인터뷰에서도 “당신은 거기 머물러야 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이틀 안에 뭔가 일어날 수 있고 우리가 그곳으로 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도 말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 종전 협상을 놓고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성사된다면 이란의 경제제재를 놓고 해제 혹은 강도 완화 등 파격적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깜짝 쇼'를 좋아하는 성격인 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대응하려면 이란 전쟁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란 지도부 역시 전쟁 직전 벌어진 대규모 시위 등 자국 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과 협상에서 확실한 전리품을 얻어 내야 종전 이후 권력 유지를 장담할 수 있는 처지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현지시각 14일 조지아주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은 ‘작은 합의(small deal)’를 원하지 않고 ‘중대한 합의(grand bargain)’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이란을 번영하게 만들 것이고, 이란 국민을 세계 경제로 초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경제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이란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미국의 경제 재재를 받는 이란에 50만 달러(약 7억3740만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한국 정부가 이란에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것은 2023년 이란 북서부 지진 피해에 30만 달러를 지원한 이후 3년 만이며 이번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에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의 반인권적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최근 행보를 종합하면 보편적 인권이라는 가치판단의 문제뿐 아니라 이란 전쟁의 종전 이후 이란과 경제협력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란은 오랜 경제제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지만 핵심 산유국인 데다 인구가 9200만 명을 웃도는 중동 지역의 중심축 국가 가운데 하나로 경제협력과 관련한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로 평가된다.
이란은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1970~1980년대에 한국과 활발히 경제협력을 했던 국가이기도 하다. 양국의 경제협력 상징으로 꼽히는 서울의 테헤란로, 테헤란의 서울로가 생긴 1977년 당시 1인당 GDP는 한국이 약 1050달러, 이란이 약 2200달러 정도였다.
이란과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중동 내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아랍권에 집중됐던 한국 건설사의 해외수주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 현대건설은 이란에서 사우스파 프로젝트 등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이란 역시 한국과 경제협력에 적극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지난 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우리 지역에서 이유 없이 만들어진 이번 위기가 한국 경제에 피해와 우려를 초래한 점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양국이 보유한 우수하고 중요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경제협력이 진행되면 사업 확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큰 주요 건설사로는 DL이앤씨,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꼽힌다.
현대건설은 이란에서 지금껏 41억 달러 규모의 수주 실적을 쌓았고 현대엔지니어링의 28억 달러 규모의 수주까지 더하면 이란에서의 실적은 70억 달러(약 10조3200억 원)에 육박한다.
현대건설은 이란의 국가적 프로젝트인 사우스파 가스플랜트에서 2·3단계와 4·5단계 등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예정 공기보다 앞당겨 프로젝트를 마치는 등 성과로 현지에서 한국 건설사를 향한 신뢰를 높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GS건설 역시 사우스파 가스플랜트 9·10단계 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이란에서 28억 달러 규모(약 4조1288억 원)의 수주 실적을 쌓았다.
특히 DL이앤씨는 1975년에 국내 건설사 최초로 이란에 진출한 이후 역대 수주 건수 22건, 수주 규모 54억 달러 등으로 이란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건설사다. 현재까지 이란에서 지사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건설사이기도 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DL이앤씨는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란 내 현장을 유지했음은 물론 현재까지도 테헤란에 지사를 유지하는 등 노력에 힘입어 현지에서 신뢰를 쌓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이란에 경제제재 해제 등이 이루어 지면 현지에서 사업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