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을 실시한 지 46년 만에 1주당 배당금을 6천 원으로 올리며 배당 확대에 나섰지만 시가배당률은 여전히 주주들의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농심을 감싸는 변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 시장 확장 기조 속 시설 투자와 마케팅 비용 집행 등으로 배당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1월30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1주당 6천 원씩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주주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농심은 1981년부터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해왔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는 1주당 4천 원을 유지하다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5천 원으로 상향했다. 이번 배당으로 처음으로 6천 원 배당 시대를 연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이번 결산배당 기준 농심의 시가배당률은 1.47%로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다. 농심은 오랜 기간 ‘짠물배당’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번 배당 역시 높은 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배당률이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지점이다. 농심의 시가배당률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 1.3%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코스피 상장사 보통주의 평균 시가배당률이 2.72%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농심을 배당주로 분류하기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농심이 식품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대 시가배당률을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가 부담이 오르고 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어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심의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5.7%에 그쳤다.
다만 같은 식품기업인 오리온이 2024년 시가배당률 2.4%, 오뚜기가 2.3%를 기록한 점을 감안했을 때 농심의 배당 수준이 업종 내에서도 낮은 편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1월30일 배당 결정이 공시된 이후에도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주주들은 “배당을 공시하고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니 기가 차다”, “배당 좀 늘려라”, “배당이 7천 원은 돼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2일 주가도 직전 거래일보다 2천 원 떨어진 40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 회장이 주주환원 관련 의지를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농심은 2025년 5월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발표하며 배당성향 25%, 최소 배당금 5천 원을 기준으로 한 배당 정책을 제시했다. 이번에 결정된 배당금이 1주당 최소 배당금 기준은 넘긴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을 실행하기에는 현재 농심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농심 또한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자원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신동원 회장은 글로벌 진출과 라면 시장 세계 1위와 관련한 의지를 밝혀왔다. 이에 해외 시장 확장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다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적극적 광고와 마케팅, 신제품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마케팅비와 신공장 관련 고정비 등 비용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재 농심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농심은 최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시설과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유명 토크쇼인 '지미 키멜 라이브' 속 콩트에 신라면이 등장하는 모습. <농심>
농심은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 “영업현금흐름과 순이익 증가 추세에도 배당성향이 하락했다”며 “해외에서는 자체 생산시설 확충 등으로 주주환원이 제한적이며 국내에서도 2025년 이후 대규모 시설투자 목적으로 내부 유보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2025년 상반기에만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과 울산 ‘울산삼남물류센터’ 등을 착공하며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 농심은 2025~2029년 물류시설 등을 포함해 모두 1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다. 투자 집행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배당을 큰 폭으로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해외 판매량 확대를 위한 공격적 글로벌 마케팅 전개 또한 비용 부담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농심은 2025년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초대형 디지털 옥외광고를 통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신라면 제품 광고를 진행했다. 2026년 1월에는 미국 유명 토크쇼인 ‘지미 키멜 라이브’에 신라면 제품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과거 수익성이 악화됐을 때도 배당 규모를 유지했다”며 “올해는 주주 환원 차원에서 현금 배당을 20% 증액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환원과 주주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안정적 배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