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파기환송심의 결과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1조3천억 원대 재산분할 지급 의무는 면했으나,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수천억 원대 재산을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재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 지분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고, 30년 이상 혼인 관계를 이어가며 SK의 기업가치 증가에도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재산 가액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 시작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재판 파기환송심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인 이상원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재판부가 변론을 추후 지정하고, 1월 말까지 각자 주장을 정리하라고 요청했다"며 "너무 오래된 사건이니 가급적이면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지급해야 하는 최종 재산분할 금액은 2심의 1조3808억 원에서 줄어들 공산이 크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노소영 관장이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한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을 두고 "뇌물로 보인다"며 기여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또 대법원은 최 회장이 혼인 파탄 전 이미 처분하거나 동생 등에게 증여한 1조1116억 원은 최 회장의 재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결정한 만큼, 재산분할 대상도 기존 4조115억 원에서 2조8999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다만 대법원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특유재산' 여부는 판단하지 않은 만큼, 노 관장 측 변호인단은 SK 지분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법리를 관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노 관장은 최근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18기), 이상원(23기) 변호사, 법무법인 해광의 서민석(23기), 이완희(27기), 손철(35기) 변호사,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32기), 노지선(40기) 변호사 등을 선임하며 변호인단을 대폭 보강했다.
여성 인권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김재련 변호인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결과가 나온 뒤 "노 관장과 최 회장의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 된 점, 최 회장의 부정행위로 가정이 파탄이 난 점을 고려했을 때 재산분할은 절반을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특유재산은 이혼할 때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혼인 기간이 길거나, 배우자가 특유재산 증식·유지에 기여했을 때는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2심은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 비율이 35%에 이른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기여부분이 빠지는 만큼 최종적인 기여 비율은 10~20% 내외로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노 관장이 최대 6천억 원에 가까운 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는 셈이다.
|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026년 1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게다가 재산의 가치를 계산하는 기준 시점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판례는 재산분할의 대상과 가액을 '사실심 변론 종결일'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심 변론 종결일'을 '2심 변론 종결일'로 봐야 하는지,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만약 2024년 4월16일 2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17.9%의 가치는 2조761억 원이지만,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는 지분 가치가 약 3조8천억 원에 이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시점 선택에 따라 노 관장의 재산분할금이 1조 원에 육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매각만으로는 1조 원을 지급하기 어렵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29.4%는 6천억~9천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SK 지분을 처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회장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도 보유한 SK 지분율이 25.45%에 그쳐, 지분율이 더 낮아진다면 외부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24.8%에 이르는데, 이를 모두 소각하면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은 1년6개월 내 소각을 완료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 가운데 단기적인 경영권 방어 공백에 관한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 변호인 측은 SK 지분은 최 회장의 특유 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