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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유승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정조준

이헌일 기자 queenlhi@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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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대통령선거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를 재벌개혁의 한 축으로 놓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대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돼도 대기업들은 허점을 활용해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다음 정부에서는 그 길이 상당히 봉쇄될 수도 있다.

◆ 다음 정부,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현실화

16일 주요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다음 정부에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유승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정조준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박근혜 게이트로 치러지는 조기대선인 탓에 정경유착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그만큼 재벌개혁을 위한 공약들도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공약들은 보수와 진보, 중도 등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6일 국회에서 정책설명회를 열고 “재벌의 부당한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2월 중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경제정책 비전에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의 ‘비만’ 상태에 빗댔고 중소기업이 침체해 ‘경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의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소기업과 벤처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손학규 국민의당 대선 경선후보도 15일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과도한 부의 집중을 억제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일감몰아주기의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을 근절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월 중순 발표한 재벌개혁 공약을 통해 총수일가가 개인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 개인회사와 그룹 계열사 사이에 내부거래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계열분리된 친족 재벌기업 사이의 일감몰아주기 거래도 제재대상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경제공약을 내놓으면서 “우선 10대 재벌에 집중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일감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재벌의 횡포의 조사와 수사를 강화하고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비슷한 시기에 SNS 게시글을 통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 업무상배임 등을 처벌하고 사면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재벌의 지배구조 통제강화, 부당이득 환수, 일감몰아주기 제재 등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유승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정조준  
▲ 안희정 충남지사가 15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 대강의실에서 '한국형 복지국가로의 전환기 복지정치를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20대 국회 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개정안도 속속 발의됐다. 앞으로 대선이 치러지기 전이든 새 정권이 출범한 뒤든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논리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각각 지난해 7월과 8월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는 기업의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기업으로 바꾸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동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기준을 10%로 낮추자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SK그룹 롯데그룹 등 다른 대기업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재벌개혁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 대기업 앞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송방망이

현행 규제로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실질적으로 막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2월부터 일감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했지만 그 뒤 현대그룹과 CJ그룹만 공정위 제재를 받는 데 그쳤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금액은 2014년과 비교해 1조 원 늘어난 8조9천억 원을 나타냈다. 규제를 시행했지만 내부거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9월 발간한 ‘대기업집단 일감몰아주기 규제조항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편법적으로 규제를 회피하면서 미흡한 점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재가 적용되는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규정상 제재의 예외사유를 더욱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유승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정조준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현행법상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대기업 그룹 가운데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계열사(비상장사는 20%)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규제대상이 된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들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낮춰 규제를 피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물량을 수송해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데 규제가 시행되기 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합쳐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43.4%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29.99%로 낮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5년 당시 지주회사 SK와 SKC&C를 합병해 현재 지주회사인 SK를 출범했다. 최 회장은 당시 SKC&C의 지분 32.9%를 보유했는데 SKC&C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수 있었다.

SK와 SKC&C가 합병한 뒤 최 회장의 지분율이 23%대로 떨어져 SK는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는데 이를 두고 최 회장이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력도 높이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했다는 말도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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