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이 주요 교역국 화폐 평가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환율 전쟁이 본격화될 태세다. 미국과 중국간 90일간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면 협상 이슈가 환율로 옮겨갈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 속에 원화 절상의 그림자가 더해질 경우 경기침체는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절상 후유증으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 굴레에 빠지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미국의 약달러 정책 가능성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수출 경쟁력을 짚어보고, 국내 기업들의 대응책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트럼프 정부 통상 압박 희생양되나, 원화 절상 가능성에 한국 경제 '시계제로'
② 하루에 48.5원 출렁인 원/달러 환율, F4 커지는 불확실성에 중심잡기 안간힘
③ 트럼프발 약달러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익 준다, 반도체 수출 '비상'
④ 테더처럼 '디지털 원화'도 가능할까,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율 방어 나서는 은행권
⑤ 강달러 시대 저무나, 롯데면세점 김동하 환율 '복합 효과'에 수익성 시험대
⑥ 현대차그룹 연이은 역대 최대 매출 속 숨어있는 환율효과, 현지생산 확대 사활건다
⑦ 달러 약세에 날개 펴는 대한항공, 수익성 회복 청신호
⑧ 한전 환율과 유가 하향 안정화에 호실적 예고, 김동철 자생력 갖춰 재무건전성 우려 완화
⑨ 환헷지 전략 갈린 조선사 원화가치 상승 국면 속 희비 갈려, 삼성중공업 안도 한화오션 아쉬움
⑩ 삼양식품 미국 관세 엎친데 환율 압박 덮쳐, 김정수 성장 전략 핵심 미국사업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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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외화 결제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의 수익성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한항공> |
[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이 원/달러 환율 하락 기조로 수익성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항공산업은 특성상 연료비, 리스료, 외화부채 상환 등 고정 외화 지출이 많은 만큼, 달러가 약해질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해외여행객들의 경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해외여행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항공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감축을 위해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절상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대한항공에는 우호적 영업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5년 1분기 평균환율은 1455.79였으나 5월 초 미국이 환율 협상에서 원화 절상 방안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22일 17시 기준 1달러 당 1380.1원까지 떨어졌다.
강윤형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자국의 무역적자 원인을 달러 강세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인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기조가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무역 환경 불확실성의 해소는 향후 환율 안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대한항공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항공유, 항공기 리스료, 외화표시 부채 상환 등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2025년 1분기 말 연결기준 외화차입금 및 사채(자산유동화차입금 포함)는 2조9910억 원 규모다. 대부분 외화로 이뤄진 전체 리스부채 규모는 11조1836억 원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약 34억 달러의 순외화부채에서 발생하는 외화평가손실이 3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은 3월11일 열린 대한항공 기업이미지(CI) 발표 간담회에서 “대한항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환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위험관리 전략을 펴고 있다.
환율 리스크 대응 방안으로 원화 고정금리 차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엔화와 유로화 등 잉여 저금리 통화를 활용한 고정금리 차입도 병행하고 있다.
금리와 환율 변동에는 통화 스왑, 이자율 스왑 계약 등을 통해 차입 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 대한항공은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위험관리 전략을 펴고 있다. 환율 리스크 대응 방안으로 원화 고정금리 차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엔화와 유로화 등 잉여 저금리 통화를 활용한 고정금리 차입도 병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
원/달러 환율 하락은 해외 여행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줄어들겠지만, 한국 소비자의 해외여행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 항공사는 국내 여행객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하락으로 감소하는 외국인 수요보다 증가하는 해외여행 수요가 더 크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것은 평균 여객단가의 상승”이라며 “환율하락으로 한국인 해외여행이 늘어나면 전체 승객에서 상대적 고단가의 한국인 비중이 늘어 평균 여객단가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1분기 고환율로 위축됐던 해외 여행 수요는 5월 들어 회복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해외 패키지 예약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율 안정으로 고환율에 부담 느꼈던 해외여행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항공사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연료비, 항공기 리스비 등이 달러로 지출되므로 환율 안정 시 해당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 관세 부과정책에 따른 글로벌 무역 갈등 심화와 대내외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므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