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미국에서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며 최저임금인상 논의가 활발하다. 중국 역시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10% 이상 최저시급을 인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최저임금을 현실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 당장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영세한 자영업주가 많은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국회 계류중인 최저임금 인상법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최저임금 인상법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월 임시국회 중 최저임금 인상법 등 민생경제법안을 통과시킬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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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경제에서 희망을 찾도록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정부정책을 소득주도 경제성장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주도 경제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계소득 가운데 85% 이상이 근로소득이기 때문에 근로소득을 높이면 가계경제가 안정되고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저시급은 4.92달러로 일본의 절반이고 호주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최저시급이 7.1% 인상돼 5580원으로 올랐으나 여전히 최저임금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최저임금으로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할 경우 한달 소득은 96만7200원으로 지난해 2인가구 월최저생계비 102만7414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11월 최저임금을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50%선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인상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먼저라며 경제법안에 대한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번 회기내 최저임금 인상법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가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이유로 높은 자영업 비중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1%로 미국(6.5%), 일본(8.8%), 독일(10.7%)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OECD 평균인 14.9%보다 월등히 높다. 이들 대부분이 영세자영업자로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 최저임금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많은 영세사업장이 추가적으로 연간 수조 원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미국과 중국은 최저임금 인상
우리나라가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최저임금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워싱턴주 시애틀이 최저임금을 2021년까지 15달러로 차츰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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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년 내내 일해서 1만5천 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지 직접 살아보라”며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인상할 것을 공화당과 의회에 요구했다.
미국 최대의 고용기업인 월마트가 화답했다.
월마트는 19일 최저임금을 4월부터 9달러로 인상하고 내년 2월 10달러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그 맥밀론 월마트 CEO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그리고 주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최저임금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월마트는 130만 명을 고용해 4822억 달러 매출을 내는 미국의 고용과 매출 1위 기업이다. 이 때문에 월마트의 최저임금 인상은 상징성이 높다. 미국 내 고용이 빠르게 정상화하며 임금인상 바람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기업 임금의 최저선을 이루고 있는 월마트가 임금을 올리면 인력유출을 우려한 다른 기업도 연쇄적으로 임금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 경쟁사인 타깃은 “매장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매년 최저임금을 두자릿수 이상 인상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시는 4월1일부터 근로자 최저임금을 1560위안에서 1720위안으로 10.3% 올리기로 했다. 톈진과 선전도 최저임금을 10.1%, 12.3% 인상하려고 한다. 이에 앞서 최저임금을 인상한 후난, 하이난, 시짱까지 총 6개 지역이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17개 지역이 최저임금을 평균 14% 인상했다. 중국정부는 앞으로도 매년 최저임금을 평균 13%씩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