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9-20 15: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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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민영화되는 베트남 국영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점찍었다.
최 회장이 투자할 베트남 국영기업으로는 페트로베트남오일(PVOIL), 빈손정유석유화학(BSR) 등 에너지기업이 꼽힌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2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마산그룹 지분을 일부 인수하면서 베트남 국영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최 회장은 올해 초부터 페트로베트남오일의 지분 투자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베트남오일은 베트남에서 주유소 500곳을 운영하고 3천 곳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주유소회사로 페트로리멕스에 이어 점유율 2위(22%)를 차지하고 있다.
페트로베트남오일은 2017년 12월부터 베트남 정부가 들고 있는 지분 80.52% 가운데 44.72%를 해외 전략적 투자자들에게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매각이 추진한 지 1년 가까이 된 지금도 매각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분 매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베트남 정부가 페트로베트남오일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페트로베트남오일의 외국인 지분율은 6.62%다.
베트남 매체인 베트남넷브릿지는 18일 “페트로베트남오일은 올해 1월 기업공개(IPO)를 하고 적극적으로 전략적 투자자를 찾았지만 지분 매각 계획을 연기했다”며 “일본, 한국 등 4곳의 투자자가 주식 경매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정책적 제약이 지분 매각에 걸림돌이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SK그룹이 마산그룹과 함께 페트로베트남오일에 지분투자한다면 외국인 지분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SK그룹과 함께 페트로베트남오일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 이데미쓰고산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것이다.
남대니 리 마산그룹 전략개발팀장은 19일 “SK그룹과 가까운 시일 내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인수합병(M&A)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며 “SK그룹의 글로벌 사업경험은 마산그룹에 향후 몇 년 동안 두 자릿수의 성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1위 정유석유화학회사인 빈손정유석유화학도 SK그룹이 관심을 보이는 곳이다. SK에너지가 2011년 빈손정유석유화학 공장의 운영 및 유지보수(O&M)를 담당하는 등 SK그룹과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빈손정유석유화학의 지분 49%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에 있었던 기업공개에서 BSR 지분 7.79%를 2억4500만 달러(약 2747억 원)에 팔기도 했다.
베트남은 정유공장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한해서 주유소사업의 진출을 허용하고 있다.
▲ 2017년 11월23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공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따라서 SK그룹이 빈손정유석유화학과 페트로베트남오일에 동시에 투자함으로써 베트남에서 석유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괄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은 이미 베트남에서 에너지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베트남에서 1개 석유생산광구와 2개 탐사 광구를 보유하고 석유개발사업 사업(E&P)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매출 5878억 원을 거뒀다.
최 회장은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여기고 투자를 확대할 방안을 찾고 있다. 베트남이 2000년대 들어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6%에 이르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SK그룹이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2020년까지 베트남 국영기업 137곳을 민영화하고 245개 국영기업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SK그룹이 베트남에 투자할 기회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베트남이 신흥시장으로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마산그룹과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것”이라며 “민영화되는 베트남 에너지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그룹 차원이 아닌 계열사 차원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