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에 포스코건설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권 회장은 포스코건설 지분을 매각하고 합작 건설사를 설립하기로 국부펀드와 합의했다. 권 회장은 이를 통해 포스코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고 포스코건설의 중동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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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1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 포스코건설 지분 40% 가량을 매각한다는 내용의 가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는 1조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13일 장외시장에서 포스코건설 주식이 6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 포스코건설 시가총액은 2조2천억 원 수준이다. 국부펀드는 포스코건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지분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합작 건설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자본금 규모는 5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매각대금의 일부가 합작 건설사 설립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국부펀드와 두 가지 거래를 통해 1조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고 중동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권 회장이 강조했던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먹거리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국부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를 투자하기 위한 펀드다. 사우디베이직인더스트리즈를 비롯한 사우디 상장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부펀드가 지분 취득에 그치지 않고 합작사를 설립하려는 까닭은 직접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산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에 대규모 산업기반을 조성하려고 한다.
신도시와 철도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포스코건설의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통해 합작사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중동지역 전체의 건설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국부펀드와 손 잡고 합작 건설사를 설립하면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시장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최근 유가하락으로 중동 건설경기가 부진해 국내 건설사들이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데 포스코건설은 오히려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 했다.
포스코는 “국부펀드와 지분매각을 검토하는 단계로 아직까지 구체화 된 것은 없다”며 “지분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 3일 포스코건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이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할 경우 포스코건설에도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이나 규모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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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 |
포스코건설의 실적은 부진하나 재무구조는 나쁘지 않다.
포스코건설 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2013년보다 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7.5%나 줄었다. 포스코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0%다.
당초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포스코건설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나 PIF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당분간 상장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은 11일 “지분매각과 유상증자가 검토중이기 때문에 당장은 상장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