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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
삼성전자와 애플이 세계 태블릿PC시장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화면 스마트폰인 ‘패블릿’이 인기를 끌면서 태블릿PC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 후발업체들은 저가 태블릿PC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도 스마트폰처럼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대응하려고 한다. 애플은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 삼성전자와 애플, 식어가는 태블릿 인기에 고민 커져
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태블릿PC시장의 성장세가 지난해 급격히 둔화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태블릿PC 출하량은 2억2960만 대로 집계됐다. 2013년 출하량인 2억1990만 대보다 4.4% 증가한 것이다.
시장은 커졌지만 성장률은 크게 떨어졌다. 2013년 태블릿PC시장 성장률은 52.5%였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출하량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IDC는 이 기간에 태블릿PC 출하량이 7610만 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3년 4분기 7860만 대보다 3.2% 감소했다. 2010년 태블릿PC시장이 열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출하량이 줄어든 것이다.
출하량 감소세는 태블릿PC 시장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애플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애플은 지난해 6340만 대를 출하해 27.6%의 점유율로 시장1위를 지켰다. 하지만 2013년과 비교해 출하량이 14.6%나 감소했다. 점유율도 6.2%포인트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013년보다 1.1% 늘어난 4020만 대의 출하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18.1%에서 17.5%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이폰6을 출시하며 패블릿시장에 가세함에 따라 태블릿PC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지테쉬 우브라니 IDC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 가격을 249달러까지 내리고 라인업 강화에 나섰지만 신형 아이폰에 밀려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태블릿PC업체들이 속한 기타(Others) 브랜드의 점유율은 2013년 34.6%에서 지난해 43.6%로 10%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고 IDC는 분석했다.
◆ 삼성전자, 태블릿도 ‘그물망 전략’ 펼칠까
삼성전자는 태블릿PC시장의 성장둔화와 중국업체들의 공습에 맞서기 위해 올해 프리미엄부터 저가모델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IT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아이패드처럼 4대 3 화면비율을 채용한 새로운 중저가 태블릿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모델명 ‘SM-T239’로 알려진 이 제품의 가격은 6444루피, 우리나라 돈으로 약 11만 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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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 태블릿PC '갤럭시탭 S' <삼성전자> |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올해 보급형 태블릿PC 8종을 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4종은 일반모델인 ‘갤럭시탭’ 시리즈이고 나머지 4종은 스타일러스 펜이 내장된 ‘갤럭시노트 태블릿’ 시리즈로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처럼 태블릿PC에도 새로운 브랜드 명을 붙이는 전략을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9일 ‘갤럭시탭A’와 ‘갤럭시탭E’, ‘갤럭시탭J’에 대한 상표를 출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새로 내놓은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명과 같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시장에 ‘갤럭시A’ 시리즈와 ‘E’ 시리즈를 출시한 상태다. 저가모델인 ‘갤럭시J’ 시리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복잡한 스마트폰 라인업을 정리하기 위해 알파벳을 부여한 새로운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며 “태블릿PC 역시 같은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플래그십 태블릿PC 모델인 ‘갤럭시탭S’를 출시했다. 만약 특허청에 등록된 제품들이 실제로 출시될 경우 태블릿PC도 ‘S’와 ‘A’, ‘E’, ‘J’ 시리즈로 완성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 애플, 아이패드로 PC 대체 노린다
애플은 PC가 지배하고 있는 B2B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아이패드를 PC를 대체하는 새로운 업무용 도구로 만들겠다는 것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구상이다.
애플은 이를 위해 기업용시장의 강자인 IBM과 손을 잡았다. 애플과 IBM은 지난해 말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 ‘IBM 모바일 퍼스트 for iOS’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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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최신 태블릿PC인 '아이패드에어 2' |
팀 쿡 CEO는 지난달 27일 실적설명회에서 “IBM과 함께 만들고 있는 기업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12개를 이번 분기 안에 내놓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100개까지 늘린다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올해 12인치 대화면 아이패드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는 것도 B2B시장 진출과 관련이 있다. 태블릿PC가 일반PC나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무엇보다 화면크기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팀 쿡 CEO는 지난해 “아이패드로 업무의 80%를 처리할 수 있다”며 아이패드 성능에 자신감을 보였다.
애플이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강화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반대했던 스타일러스(터치펜)를 출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KGI증권의 애플 전문분석가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애플이 수년 동안 스타일러스 관련 특허를 계속해서 출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애플은 12인치 아이패드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스타일러스를 옵션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