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태승 우리은행장(가운데)이 7월28일 경기도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8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1등 종합금융그룹 구축' 깃발을 흔들고 있다. <우리은행> |
'비필충천'은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쓴 말이다. 손 행장은 2018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기세인 비필충천(飛必沖天)으로 반드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며 “120년 전통을 자긍심으로 삼아 모든 직원이 새로운 역사 창조의 주인공이 되자”고 말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9일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때 외부의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며 손 행장의 겸직을 적극 건의하자 노조가 '비필충천'을 '힘껏 날아오르며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것을 뚫고 나간다'라고 달리 해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고 난 뒤 새로 생길 지주사 회장에 누가 오를지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내외적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적어도 초기에는 손 행장이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을 겸임하는 것이 낫다는 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손 행장이 은행과 지주사 경영을 모두 맡는 것이 지주사 전환 초기에 탄탄한 은행사업에 기반을 두고 공격적으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등 계열사 확보에 속도를 내기에도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주사로 전환되면 자회사 출자여력이 7조 원까지 늘어남에 따라 비은행 계열사 확보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무게감 있는 증권사 인수에 나서는 일이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비은행 계열사를 빠르게 키우는 일이나 우리은행의 현주소를 잘 아는 손 행장이 지주사와 은행 양쪽의 리더십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손 행장은 "국내에서 은행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자산관리부문 등에 중점을 둬 비이자수익을 크게 늘려나가겠다"며 과거 전통적 의미의 은행업보다 새롭게 떠오르는 비은행부문에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은행의 지주회사가 처음 출범할 때 주당 순이익등을 고려해 지주회사로 자회사를 모두 편입하지 않고 우리은행에 일부를 남기는 방안이 나왔기 때문에 새로운 지주회장을 뽑는 것보다 손 행장이 당분간 같이 맡는 것이 경영에 효율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새롭게 출범할 지주회사에는 기존에 있던 우리은행 자회사 가운데 소규모 자회사만 편입하고 자산 규모가 큰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계속 우리은행 밑에 두는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하면 주당 순이익이 15% 정도 떨어질 것으로 분석돼 잠정적으로 손자회사로 두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초기에는 우리은행의 비중이 큰 상태에서 지주회사가 출범하기 때문에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따로 두면서 의사결정의 혼선을 빚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손 행장이 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 둘 중 한 자리에 머물면 남은 자리를 두고 내외적 혼란과 갈등이 나올 수도 있어 적어도 초기에는 겸직을 하고 점차 지주사체제가 안정이 되면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것을 고려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지니기도 한다.
만약 지주사 회장을 새로 선임하게 되면 그 자리를 두고 ‘낙하산인사’ 논란 등 외풍이 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정권의 인사 놀이터가 되지 않고 낙하산인사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금융지주들도 은행장과 별도로 지주사 회장을 뽑는 문제에 ‘낙하산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B금융지주가 2008년 첫 출범을 할 때 강정원 당시 KB국민은행장과는 별도로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되자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인사가 아니냐는 얘기로 말이 많았다.
강 전 행장이 지주 회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황 전 회장이 결정되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삼성 비자금 연루 의혹이 있는 부적격 인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일했다는 특혜로 지주 회장에 올랐다며 반대 의사를 내놓았다.
NH농협금융지주도 2012년 출범 당시 신충식 NH농협은행장과는 별도로 지주 회장을 뽑으려 했으나 ‘낙하산인사’ 논란에 신 행장이 겸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손 행장이 지주 회장으로 가고 은행장 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뽑는 방법도 있지만 이때도 내부 자리싸움의 문제가 남는다.
우리은행의 은행장은 암묵적으로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 해왔다. 그러던 가운데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에 이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은행장에 오르면서 연달아 상업은행 출신이 은행장을 맡았다며 내부적으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이 채용비리로 물러나면서 한일은행 출신인 손 행장이 은행장에 오르고 "앞으로 실력에 따라 공정한 인사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우리은행 내부 계파 갈등은 일단 누그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겨우 계파 갈등을 잠재운 상황에서 행장직에 다시 새로운 사람을 뽑게 되면 지주사 전환의 중요한 시기에 내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우리은행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선택일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지주사 전환 일정이 많이 남은 만큼 손 행장의 거취나 은행장과 지주회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라며 “2019년 초 지주사 출범에 맞춰 임원추천위원회, 주주총회 의결 등 절차를 밟아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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