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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 회장은 애초 상반기에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하반기에 금호고속까지 되찾는다는 구상을 해둔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을 먼저 인수한 뒤 자산매각이나 자산유동화를 통해 금호고속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터미널에 인수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던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옥 등 그룹의 핵심 자산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금호산업을 인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금호고속을 둘러싼 사모펀드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갈등이 법적공방까지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금호산업 주가는 매각에 대한 기대로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업계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최대 1조 원을 넣어야 할 것으로 본다.
◆ 금호고속 놓고 IBK-케이스톤과 박삼구 정면 충돌
금호고속을 둘러싼 금호그룹과 사모펀드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IBK펀드)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그룹이 금호고속의 정상적 경영을 방해하고 있다”며 법적조치 등 강력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IBK펀드는 금호고속 지분을 100% 보유한 최대주주다.
IBK펀드는 금호고속 직원들로 구성된 사내조직 ‘구사회’가 금호고속 매각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구사회가 신임 대표이사의 출근을 일방적으로 막고, 대표이사의 업무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등 정상적 경영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IBK펀드는 지난해 11월 박삼구 회장이 임명한 김성산 전 사장이 금호고속 매각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해임했다. 이후 IBK투자증권 인사와 케이스톤 파트너사 인사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김 전 사장은 금호고속 신임 공동대표의 직무집행정지를 위한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보도자료를 통해 IBK펀드가 제기한 매각방해 의혹을 부인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IBK펀드가 대우건설 주식을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지 못한 실수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대표이사 해임, 사무실 점거 시도 등 무리수를 두며 무모하게 고가매각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 IBK펀드 "금호그룹 외 제3자 매수자 선정할 것“
IBK펀드는 금호터미널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소멸된 뒤 다시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 때문에 인수전에 나서지 않는 기업이 있는 만큼 인수전 흥행을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우선 소멸시키겠다는 것이다.
IBK펀드는 “법원이 금호그룹 측의 매각 방해 행위를 인정했다”며 “3월2일 이후로 우선매수청구권이 소멸되면 금호그룹의 재협상 권한을 원천배제하고 제3자 매수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IBK펀드는 다음달 중순 금호터미널에 금호고속 인수를 제안하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금호터미널은 공문을 받은 뒤 2주 안에 이번 제안에 답변해야 하고 인수할 경우 6월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해야 한다.
금호그룹과 IBK펀드는 2012년 금호고속 매각 당시 금호그룹에 금호고속 인수를 제안하고 금호그룹이 이를 거절하면 우선매수청구권이 소멸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당시 IBK펀드에 금호고속 경영권을 인정받고 재매각시 우선매수권을 확보한다는 조건으로 금호고속 지분 100%를 3천억 원 가량에 매각했다.
그뒤 금호고속이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으면서 회사 가치가 오르자 싸게 되찾으려는 금호그룹과 비싸게 팔려는 IBK펀드의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했다.
IBK펀드는 우선매수권은 본입찰 후 가격이 정해지면 해당 가격에 되살 수 있는 권리에 불과하다며 공개매각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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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시무식 및 신입사원 입사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
◆ 금호산업 몸값 최대 1조원, 자금 마련할 수 있을까
박삼구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앞두고 있다. 금호산업 지분 57.5%를 보유 중인 채권단은 30일 매각공고를 내고 다음달 25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을 예정이다.
금호산업은 그룹의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꼭 되찾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벅찬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주가도 매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하고 있다. 지난 26일 2만550원이었던 금호고속 주가는 이날 2만7150원에 장을 마감해 3거래일 동안 32%나 급등했다.
채권단은 최근 금호산업 매각안내서를 삼성, 롯데 등을 포함한 대기업 31곳과 재무적투자자(FI) 15곳에 발송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금호산업 인수금액을 5천억~8천억 원 사이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인수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인수금액이 1조 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채권자들 내부에서도 금호산업 주당 매각가격이 6만 원 아래면 원금손실이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 매각가가 1조 원을 밑돌면 매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호산업의 매각자문사인 삼일회계법인도 실사를 통해 금호산업의 주당 가치를 6만 원으로 추정한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삼구 회장이 대기업이나 재무적투자자와 손잡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항공업 진출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 CJ그룹 등 유통업체와 박 회장이 손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상그룹이나 군인공제회 등도 거론된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박 회장의 매제로 박 회장의 여동생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의 남편이다. 군인공제회는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는 등 박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