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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가 2013년 9월 '대기업 식자재 도매업 진출 규제를 위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 및 지정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시스코는 미국 최대의 식자재 유통기업이다. 중소형 식자재 회사를 대거 인수합병한 뒤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식자재를 비롯해 매장 인터리어와 음악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에 왜 이런 식자재 유통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105조 원에 이르는 거대시장이다. 외식업체들은 갈수록 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자재 유통시장은 기업간 거래(B2B) 47조 원 시장과 기업과 소비자거래(B2C) 58조 원의 시장으로 나뉜다. B2B시장은 중소형 식당 등 외식업체들과 거래하고, B2C시장은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이 식자재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곧바로 파는 구조다.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로 불린다.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 2만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식자재 유통업체가 난립해 있다.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대상베스트코 등 대기업 계열의 식자재 유통기업들이 전체 시장의 5% 정도만 점유하고 있다.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무려 6단계에 걸쳐 유통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이런 후진국형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미국 시스코처럼 부가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자재 유통회사가 등장한다면 블루오션의 승자가 될 수 있다.
◆ 유통 대기업과 식자재 거래를 꺼리는 외식업체
식자재 유통 대기업들은 전국에 물류시스템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은 안전하고 보증된 식자재를 일정한 가격으로 적시에 외식업체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외식업체들은 여전히 재래시장이나 중소 식자재업체에서 식자재 구매를 선호한다. 이는 대기업의 편리한 식자재 공급 시스템을 활용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식업체들이 유통 대기업을 통해 식자재를 공급받지 않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세금문제가 꼽힌다. 외식업체들이 유통 대기업과 거래를 하면 세금계산서를 끊어야 한다. 그만큼 세금이 늘어난다. 영세한 외식업체가 많은 상황에서 이들은 투명한 거래에 노출되기를 피하고 싶어 한다.
또 유통기한과 원산지 표기도 영세한 외식업체로서 부담이다. 유통 대기업과 거래를 하게 되면 유통기한이 조금이라도 지난 식자재를 쓰기 어렵고 원산지 표기가 엄격해져 작은 식당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식자재 유통 대기업들은 중소업체들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를 안게 된다.
식자재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나 이마트의 경우 영세한 국내시장을 개척해 이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며 “식자재 유통업체들도 대형마트처럼 투명한 가격과 선진화한 기술로 뭉쳐야만 글로벌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보기가 되는 미국의 시스코
미국 외식업체들은 대형마트인 ‘월마트’나 ‘코스트코’ 등에서 식자재를 구매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들은 주로 대기업의 물류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식자재 유통시장의 58%는 식자재 유통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돋보이는 곳이 시스코(SYSCO)다. 시스코는 미국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한다. 미국 최대의 식자재 도매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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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코 직원이 배송 트럭에서 식자재를 꺼내 식당으로 옮기고 있다. |
시스코는 국내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나아갈 방향으로 자주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다.
미국은 국토가 넓어 식자재 도매업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국의 외식업체들이 생산자를 직접 접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오래전부터 식자재 유통의 성장성을 파악하고 과감한 인수합병을 추진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냈다.
시스코는 1970년대부터 미국 전역에 퍼진 중소형 식자재 유통업체를 70개 이상 사들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미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캐나다의 세르카 푸드서비스, 아일랜드의 팔라스푸즈를 인수했다.
시스코는 그뒤 고객에게 맞춘 ‘원스톱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한다. 외식업체들이 필요한 모든 종류의 품목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시스코는 식자재, 주방용품, 직원교육 서비스는 물론이고 매장 인테리어와 음악까지 제휴업체를 통해 서비스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시스코는 신속한 식자재 배송을 기본적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고객과 관계에서 ‘지속성’을 강조한다. 거래하는 주요 외식업체들의 성공 노하우를 다른 외식업체들과 공유하도록 가교역할을 하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인 것이다.
식자재 유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아직 누구 하나 시스코와 같은 절대적 위치를 갖고 있지 않다”며 “6단계에 이르는 후진국형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