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을 제재할 의사를 밝히는 등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국제유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국제유가의 오름세에 힘입어 2분기 정유부문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
17일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1.49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79.30달러로 두 유종 모두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정유사의 정유부문 이익은 유가의 상승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정유사의 일반적 특징은 유가 상승 추세에서 이익이 증가하고 유가 하락 추세에서는 이익이 줄어든다”며 “한국 정유사의 영업실적은 유가의 방향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정유4사는 이란산 원유 수출량이 줄어도 공급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이란 제재를 예상하고 올해 초부터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줄여왔다.
에쓰오일은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인 만큼 문제가 없다. GS칼텍스는 2대 주주인 미국 셰브론홀딩스가 40%, 셰브론글로벌에너지가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로 북미에서 원유를 수입한다. 이란산 원유는 쓰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전체 원유 수입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81.7%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77.1%로 낮아졌다.
국제유가의 오름세는 이란과 베네주엘라의 상황에 따라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월 월례보고서를 통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량이 올해 국제유가의 주요 변수라고 분석하고, 두 나라의 원유생산량 변화에 따라 국제 유가 오름세의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이 이란 제재에 착수하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2011년 1차 이란 제재 때 하루 평균 280만 배럴까지 내려갔다가 제재 해제 뒤 꾸준히 늘어나 최근에 하루 평균 38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하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1차 제재 때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미국은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 베네수엘라를 제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수출량이 동시에 줄면 국제 원유시장은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