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1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난다.
김 위원장이 주최하는 10대 그룹 기업인과의 간담회에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권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과 대외활동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김 위원장을 만나 정부의 방침을 듣고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를 위한 애로 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말부터 지주사체제 전환 작업에 착수해 기업분할 문제,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 9부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을 쪼개 현대중공업지주를 지주사로 세우고 현대중공업을 존속법인으로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을 설립하는 인적분할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 등 사업회사 3곳의 지분을 공정거래법 기준에 맞게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체제로서 큰 틀을 갖췄다.
현재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현대미포조선의 지분 정리 문제만을 남겨놓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3월까지 DGB금융지주에 4500억 원을 받고 하이투자증권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금융당국의 심사 문턱을 통과하지 못해 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인수 관련 사업계획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 자료보완을 지시하면서 재심사를 받게 됐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직접 챙겨왔던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 채용비리에 휘말려 사퇴하면서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동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2019년 3월 안에 보유하고 있던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매각해야 한다. 대기업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그해부터 2년 안에 증권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조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도 해소해야 한다.
이를 해소하려면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 3.93%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는 9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3350억 원 규모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미포조선의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여기에 DGB금융지주 매각대금이 활용될 수 있어 현대미포조선의 현대중공업 지분 정리가 늦어지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해소하면서 지주사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권 부회장은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소한 내년까지는 지주사체제 전환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작업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