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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 하이닉스 사장 |
지난해 거둔 좋은 실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2014년엔 다시 위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2014년 신년사에서)
선견지명일까? SK하이닉스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욱일승천의 기세로 SK하이닉스의 최대실적을 끌어낸 박성욱 사장에게 곤혹스런 일이 일어났다.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기밀 기술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한 것이다. 도시바의 이번 소송은 낸드플래시 사업의 무게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는 데 대한 도시바의 견제라는 분석이 많다. 박 사장이 이 사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17일 SK하이닉스와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일본의 전자기업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기술이 불법유출 되었다며 SK하이닉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샌디스크도 SK하이닉스가 기술유출에 연루된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판매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동시에 냈다.
일본 경찰은 2008년 샌디스크 기술자였던 스기타 요시타카(52)가 도시바의 미에현 욧카이치공장에서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대용량화에 필요한 최신 연구 정보를 기록매체에 복사해 SK하이닉스로 이직하여 제공했다는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SK하이닉스를 퇴사한 스기타 요시타카는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SK하이닉스와 도시바 사이에 특허공유 협약이 체결된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두 회사는 2007년 3월 플래시 메모리에 관한 핵심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고 그 뒤로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도시바는 이번 소송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와의 기술제휴 및 차세대메모리 등 공동개발은 지속적으로 유지할 뜻을 전했다. 도시바의 한 임원은 “소송과 공동개발은 별개 문제”라며 “쓸데없는 분쟁이 없도록 실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질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낸드플래시 시장은 2012년 4분기보다 지난해 4분기 16% 성장한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도시바는 2012년 4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액이 18억1480만 달러에서 2013년 15억4260만 달러로 15% 급감했다. 시장점유율도 3.1%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에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합치면 50%가 넘는다. 두 한국기업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도시바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지난 분기 시장점유율 38.9%(24억5700만 달러)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어 도시바 24.9%(15억4200만 달러), 마이크론 15.5%(9억5700만 달러), SK하이닉스 11.4%(7억730만 달러) 순이었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간의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11월 도시바가 플래시 메모리 회로패턴 등의 특허가 침해되었다며 하이닉스 반도체의 일본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도쿄지방법원은 2006년 3월 제품 판매 중지와 780만 엔의 배상을 명령했다. 하지만 2007년 3월 하이닉스와 도시바가 크로스 라이선싱을 체결하면서 특허권에 대한 문제는 원만히 해결됐다.
SK하이닉스 박 사장은 세계 최초로 고용량 D램을 개발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기술과 실적에서 모두 경영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3800억 원으로 전년도 2270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14조1650억 원으로, 전년(10조1620억 원)보다 39.4% 증가했다. 연간 순이익 2조8730억 원 역시 사상 최대다.
SK하이닉스가 성공가도를 달리는 상황에서 도시바가 소송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박 사장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시바 소송에 이어 샌디스크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낸 소송은 미국 수출이 막힐 수도 있는 사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본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전달받은 뒤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