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스마트폰 수요 침체와 기술 발전 한계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1분기에 가파른 실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고 사장은 고가 스마트폰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시장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전략을 바꿔가며 대응하고 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 매출 28조4500억 원, 영업이익 3조7700억 원을 냈다고 26일 밝혔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82% 늘어나며 증권가 예상치인 3조 원 초반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갤럭시S9 출시를 3월로 이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긴 점과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8 시리즈의 판매량이 견조한 수준으로 유지된 점이 실적 성장에 모두 기여했다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말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S9 공개행사 뒤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S9를 더 많이 팔 수 있도록 보상판매 프로그램과 같은 맞춤형 마케팅을 많이 준비했다"며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 구매자가 이전에 쓰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한국 기준 최대 47만 원, 미국 기준 최대 300달러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스마트폰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보상판매 도입이 효과를 봐 갤럭시S9 출시 초반부터 판매실적을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갤럭시S8 판매가격을 낮춰 내놓은 것도 주효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 갤럭시S8 시리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대 25%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고 미국 주요 이통사에서는 한 대 가격에 두 대를 주는 '1+1' 할인 행사도 진행됐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사업을 맡은 첫 해인 2016년 갤럭시S7을 출시하며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하반기에도 가격을 낮춰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등 주요국가에서 갤럭시S7 출고가는 출시 뒤 약 1년 동안 그대로 유지됐다.
갤럭시S7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역대 최다 판매 제품으로 인기가 높았던 만큼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꾸준한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갤럭시S8은 출시 초반에 판매 전망이 비교적 불확실했지만 고 사장은 가격을 적극적으로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판매량을 늘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률은 2015년 9.8%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고 사장 취임 뒤 2016년 10.7%, 2017년 11.1%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고 사장은 최근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와 인터뷰에서 "가난한 집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났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노력에 반드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찍 깨우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스티브 잡스 전 CEO 시절부터 이어진 성공 전략을 고집하며 아이폰 출시 일정과 판매 가격에 절대 변화를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었고 올해 아이폰X 등 고가 신제품의 판매 전망도 밝지 않아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시장 수요 정체로 2분기부터 갤럭시S9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 사장이 갤럭시S9 출시행사에서 갤럭시S8의 판매량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만큼 올해도 수요 반등을 위한 가격 조정 등 적극적 전략 변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전자전문매체 BGR은 "삼성전자 갤럭시S9는 갤럭시S8의 초반 판매성적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