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3월23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본관에서 일반직사원 대표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쇼크 물고기 살려내기'는 어부들만 쓰는 방법이 아니다.
어부들은 전기충격기를 물에 넣는다. 전기가 흐르면 물고기는 쇼크를 받아 기절한 채 떠오른다. 물고기는 신체가 멀쩡하고 정신만 잃었기 때문에 다시 깨워낼 수 있다.
중국의 글로벌 가전기업인 하이얼은 '쇼크 물고기 살려내기'라는 독특한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성장했다.
하이얼은 자본 규모가 적절하고 직원도 뛰어나지만 수익성이 부진한 기업을 바로 '쇼크 물고기'로 본다. 물고기의 정신에 해당하는 기업문화와 경영전략만 바로잡으면 다시 '살려내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은 강연 등을 통해 “살아서 펄떡펄떡 숨쉬는 물고기는 잡아먹기가 쉽지 않고 이미 죽어버린 물고기는 상했을 수도 있어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쇼크 물고기 살려내기' 전략을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도 하이얼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이 전략을 체득했다.
차이융썬 회장은 1963년 중국 산둥에서 태어났다. 1984년 상하이기계학원(현 상하이이공대학)을 졸업한 뒤 21살의 나이로 하이얼에 들어갔다.
그가 본격적으로 인수합병의 실무를 익히게 되는 기회는 32세이던 1995년에 찾아왔다.
그해 하이얼은 중국의 세탁기 생산기업인 훙싱전기를 인수했다. 훙싱전기는 당시 영업적자 규모가 2억5천만 위안에 이르렀다.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은 훙싱전기가 '쇼크 물고기'라고 파악했다. 적자를 낸 것이 자본이나 생산설비와 같은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경영전략과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봤다.
장 회장은 차이융썬 회장을 훙싱전기 최고경영자로 발령하며 직원 '두 명'만 딸려보냈다. 자본 확충이나 설비 증설 등은 전혀 없었다.
차이융썬 회장은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중심으로 하는 하이얼의 기업문화를 훙싱전기에 불어넣었다.
직원들이 업무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달성하게 했다. 철저한 성과 분석과 상벌제도를 통해 능력 위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판핑이라는 이름의 품질관리사가 실수를 해서 제품에 하자가 생기자 판핑뿐만 아니라 그의 상관들까지 회사에 벌금과 반성문을 내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차이융썬 회장 스스로도 벌금을 물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하자보수 기간을 맞추지 못하자 차이융썬 회장은 자기가 감독을 잘못한 탓이라며 500위안의 벌금을 냈다.
이 밖에 하이얼의 다른 자회사 공장에 훙싱전기 직원들을 견학 보내 깨끗한 업무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으며 매주 중간관리자들의 성과를 분석해 상위 10명과 하위 10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경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훙싱전기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차이융썬 회장이 취임한 지 2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서고 6개월 뒤에는 150만 위안 흑자를 냈다.
하이얼은 훙싱전기의 성공에 힘입어 기존 주력제품이던 냉장고뿐만 아니라 세탁기부문에서도 중국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훙싱전기의 체질 개선 과정은 1998년 린 페인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하이얼의 경영연구 사례로 소개하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차이융썬 회장은 훗날 중국언론과 인터뷰에서 “훙싱전기에서 일하면서 나 자신의 경영능력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하이얼의 인수합병 전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이얼에서 선임부회장과 글로벌경영부문장 등을 지낸 뒤 2013년 5월 중국 타이어기업인 더블스타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일 금호타이어 노조가 투표를 통해 해외 매각에 찬성하면서 더블스타가 마침내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게 됐다.
차이융썬 회장은 두 기업의 문화가 효과적으로 결합돼 성장의 밑거름이 될 때 인수합병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할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하이얼 DNA를 살려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철저한 주인의식 아래 일하도록 기업문화 개선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15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차이융썬 회장은 잠시 기절해 있는 금호타이어를 살아숨쉬는 건강한 물고기로 되살려낼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