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노동조합이 추진했던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추천과 정관 변경이 모두 무산됐다. 

KB금융지주가 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한 결과 KB금융그룹 노조에서 주주제안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이 부결됐다.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을 담은 제8호 의안은 전체 출석 주식수 대비 4.23%의 찬성만 얻었다. 사외이사가 선임되려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와 비교해 4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식 수와 대비해 2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KB금융그룹 노조는 2017년 11월 주주총회에서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부결된 데에 이어 사외이사 선임을 다시 추진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가 권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KB금융지주 지분을 70% 가까이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KB금융지주 최대주주(9.62%)인 국민연금이 2017년 11월 당시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찬성했지만 이번에는 권 교수의 선임을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선 영향도 컸다. 

KB금융그룹 노조 관계자는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음에도 사외이사 추천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 노조는 이날 주주총회에 정관 개정안 2건도 함께 상정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정관을 개정하려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와 비교해 3분의1 이상, 출석한 주식과 대비해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제7-1호 의안은 출석한 주식 수와 비교해 4.29%의 찬성을 얻는 데 그치면서 부결됐다. 이 의안은 정관 제36조를 변경해 최근 5년 안에 공직자나 정당에서 2년 이상 일한 인사를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이사로 선임할 수 없는 내용을 담았다.

제7-2호 의안은 출석한 주식 수와 비교해 31.11%의 찬성을 얻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이 의안은 정관 48조를 변경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을 오직 사외이사로만 한정해 대표이사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추천한 선우석호 서울대학교 객원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기존에도 일했던 유석렬, 박재하, 한종수 사외이사의 연임도 결정됐다.

KB금융그룹 노조는 주주총회에서 선우석호 후보의 ‘뉴라이트’ 연루 의혹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기고 동문인 점 등을 지적했다. 

노조는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결정할 때 기존 사외이사의 추천을 받은 인사 대신 해외연기금이나 국내 기관투자자,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로 인선자문위원단을 구성해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