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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LG전자가 ‘퀄컴 제국’에서 독립할 수 있을까?
LG전자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모바일AP에서 독자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다.
모바일AP 분야에서 LG전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조차 퀄컴의 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도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독자 모바일AP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 모바일AP의 역할이 더욱 커질 사물인터넷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개발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G3스크린’, 초기 판매 저조
LG전자는 지난 10월 자체 개발한 모바일AP인 ‘뉴클런(NUCLUN)’을 탑재한 ‘G3스크린’을 LG유플러스 전용으로 출시했다.
뉴클런은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집적회로(코어)가 8개인 옥타코어 프로세서다.
전화나 메시지, 인터넷 등 일반적 작업을 할 때 저전력 1.2㎓ 쿼드코어가, 게임 등 고성능을 요구하는 상황인 경우 고성능 1.5㎓ 쿼드코어가 작동한다. 성능이 다른 두 쿼드코어로 구성됐기 때문에 ‘빅리틀(big.LITTLE)’ 방식으로 불린다.
LG전자는 “G3스크린은 더 큰 화면과 더 빠른 속도로 최상의 멀티미디어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G3의 디자인과 카메라, UX를 그대로 계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클런을 탑재한 G3스크린은 시장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모바일AP를 제외한 나머지 성능은 G3와 차이가 거의 없지만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기부터 상한선에 가까운 25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됐고 현재 번호이동을 통하면 10만 원대로 구매할 수 있지만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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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10월24일 독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 'LG G3스크린'을 출시했다. |
◆ 판매부진은 ‘뉴클런’ 때문?
G3스크린 판매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제품에 탑재된 뉴클런의 떨어지는 성능에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모바일 기기 성능측정 애플리케이션인 안투투 벤치마크에 따르면 G3스크린의 성능 점수는 2만5460점이다. LG전자의 설명대로 보급형 모델이기 때문에 갤럭시노트4(4만8천 점)나 G3(3만9천 점)보다 점수가 낮다.
하지만 출고가가 80만 원대인 G3스크린의 성능이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국제품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 문제였다.
최근 출고가를 33만 원으로 내린 화웨이의 ‘X3’는 안투투 측정에서 4만점 대 초반을 기록했다. X3는 화웨이가 독자개발한 모바일AP ‘기린 920’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G3스크린은 17만 원에 불과한 샤오미의 ‘홍미노트’보다도 점수가 낮았다. 홍미노트의 점수는 2만5800점 정도다.
벤치마크 점수만 놓고 보면 G3스크린의 성능은 2012년 출시된 샤오미의 ‘미2’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LG전자는 뉴클런이 첫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가격 대비 성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뉴클런은 발열이 일정 수준을 넘길 때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 후발주자 LG전자의 도전이 중요한 이유
뉴클런이 시장의 혹평을 받고 있지만 LG전자는 독자 모바일AP 개발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전자에 있어 독자 모바일AP는 퀄컴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LG전자는 일부 보급형 모델에 대만 미디어텍 부품을 탑재하기도 하지만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해외용 모델의 경우 거의 퀄컴 부품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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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첫번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뉴클런(NUCLUN)' |
핵심부품을 한 업체에서만 조달하는 것은 위험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급처가 다양하지 않을 경우 가격협상에서 항상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AP인 ‘스냅드래곤810’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LG전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프리미엄 모델에 자체 부품을 함께 쓰는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전적으로 퀄컴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 칩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더 큰 타격을 입는 쪽은 LG전자”라며 “퀄컴 말고 마땅한 대안이 없어 내년 신제품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 전시회(CES)’에서 ‘LG G플렉스’의 후속모델을 공개할 것으로 점쳐진다. 뉴클런 성능이 아직 고성능 모바일AP급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이번에도 퀄컴 부품 탑재가 유력하다.
◆ 사물인터넷시대 모바일AP가 갖는 의미
독자 모바일AP는 단기적으로 LG전자의 가격 협상력을 높여주는 수단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경쟁력으로 지목된다.
모바일AP는 사물인터넷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활용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물인터넷 기기에 탑재된 각종 센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이 수집되는데 이를 통합하고 분석할 ‘두뇌’로서 모바일AP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AP에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를 통합한 웨어러블기기 전용 반도체 ‘ePOP’을 개발하고 이 제품을 스마트워치인 ‘기어S’에 탑재했다. 2011년부터 자체 모바일AP인 ‘엑시노스’를 개발하면서 쌓은 경험의 성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PC용 CPU 시장의 강자인 인텔도 사물인터넷 전담 조직을 별도로 꾸리며 관련 프로세서와 플랫폼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모바일AP 시장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52억4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 처음 5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직전분기 대비 19%, 지난해 2분기보다 21.6% 증가한 액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물인터넷시장의 경우 표준화된 모바일AP 규격이나 관련 기술이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절대강자가 없는 만큼 각 업체가 자체 AP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