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응해 내부거래 비중을 조정하는 등 방안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앞으로 자산이 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된다.
▲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 신동익 메가마트 대표이사 부회장. |
농심그룹은 자산 4조5천억 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앞으로 계열사 자산이 11.1% 늘어나면 자산이 5조 원에 이르게 된다.
기업집단은 자산이 5조가 넘어가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공시 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는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인 회사가 한 해에 내부거래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적법성 여부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
농심그룹이 그동안 자산 규모가 규제기준을 밑돌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로웠지만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하고 나설 시기가 가까워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심그룹은 오너일가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율촌화학과 농심미분 등 회사들은 오너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율촌화학은 포장지회사로 농심그룹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신 회장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신회장 부인인 김낙양씨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32.03%에 이른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매출 가운데 35.7%를 농심 등 계열사들과 거래를 통해 거둬들였다. 농심의 매출비중은 31.3%를 보였다.
농심미분은 미분식품을 제조하는 회사로 신 회장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지분 60%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메가마트와 엔디에스가 지분을 각각 20%씩 쥐고 있다.
농심미분은 2016년 기준 매출의 51.9%를 농심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거둬들였으며 농심 매출비중이 50.4%를 보였다.
엔디에스는 농심그룹의 정보통신 계열사로 메가마트가 지분 53.97%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 신동익 부회장이 그 지분을 각각 15.24%와 11.75%, 14.29% 들고 있어 오너일가 지분율이 20%를 훌쩍 넘는다.
엔디에스는 2016년 기준 매출의 28.6%를 농심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벌어들였다. 농심 매출비중은 14.0%를 보였다.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태경농산은 분말스프 등 식품제조와 식자재 유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로 농심홀딩스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농심홀딩스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6.41%다.
태경농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가운데 62.0%를 농심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거둬들였다. 농심의 매출비중이 61.4%에 이른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식품가공설비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농심홀딩스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6년 말 기준 매출 가운데 27.2%를 농심그룹 계열사들과 거래로 벌었다.
호텔농심은 메가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 지분 57.94%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동익 부회장이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호텔농심은 2016년 기준 매출의 25.9%를 농심그룹 계열사들로부터 거둬들였다. 농심 매출비중이 15.0%를 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그룹은 계열사들 사이 내부거래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며 “대주주의 사익 편취를 위해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 원재료 등 영업비밀 유지 등을 위해 수직계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그룹은 장자 중심의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재계는 바라보고 있다.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보유해 농심홀딩스 최대주주로 농심그룹 오너역할을 하고 있다.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지분 13.18%를 보유하고 있고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이 없다.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 대표이사를,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 대표이사를,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 대표이사를 각각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