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규모와 시기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주 사이의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쟁하는 카카오뱅크와 격차는 점차 벌어지면서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의 마음도 조급해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부터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케이뱅크는 주주 사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카카오뱅크는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더욱 비교된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2500억 원으로 출범한 뒤 2017년 9월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3월 초 기준으로 자본규모는 3500억 원이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자본금 3천억 원으로 출범한 뒤 2017년 9월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올해 3월 다시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카카오뱅크의 자본 규모는 1조3천억 원으로 두 회사의 자본금 격차는 9500억 원으로 벌어진다.
고객 수도 2월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가 66만 명에 그친 반면 카카오뱅크는 547만 명으로 8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보다 후발주자로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자본력의 우위를 기반으로 K뱅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로 차별화된 성장세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뱅크 주주사가 20곳을 넘는 만큼 의사소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일부 주주사들이 금융산업 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은 채 추가로 출자하는 방안에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들을 살펴보면 KT 10%, 우리은행 10%, NH투자증권 10%, 한화생명 9.4%, GF리테일 9.4%, 다날 9.4% 등과 지분 5% 미만을 보유한 주주사 14곳으로 구성됐다.
케이뱅크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상품과 신용카드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본여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은 만큼 금융산업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추가로 새 주주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진한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당시 주주사 19곳 가운데 7곳이 불참해 실권주가 발생하자 부동산개발사인 MDM이 물량을 받으며 새 주주로 참여했다.
다만 새 주주사를 추가하면 주주사 구성이 점차 복잡해져 앞으로 자본 확충을 하는 과정이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주주사 20곳의 의견을 일치하기도 쉽지 않은데 주주사가 더욱 늘어날수록 의사결정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기존에 추진했던 1500억 원의 3~4배에 가까운 5천억 원을 자본 확충의 목표액으로 제시한 것도 앞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 행장은 올해 초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유상증자 규모를 1500억 원으로 잡았는데 규모를 5천억 원으로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천억 원은 케이뱅크가 내부적으로 손익분기점(BEF)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증자액으로 알려졌다.
다만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기존 주요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범을 주도했던 KT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은행업 인가 과정 특혜 의혹 등에 부담을 안고 있는 데다 금융권 주주사들도 최근 은행권 채용비리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검사 등을 놓고 불거진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와 달리 금융산업 분리 규제 완화를 기다리는 것보다 현실적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자본확충 시기가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시기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