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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제네시스 너만 믿는다"

김디모데 기자 ss201411@hanmail.net 2013-12-09 1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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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회장 "제네시스 너만 믿는다"  
▲ 제네시스 발표장을 주도한 정몽구 회장. 그의 얼굴에서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와 현대차에 대한 불안이 읽힌다.

11월26일 오후 7시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신형 제네시스 발표회. 여느 신차 발표회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엄숙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석자들의 면면만 봐도 그렇다. 정홍원 국무총리, 이병석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여야의원 등 정계 인사들부터 각국 대사, 내외신 기자단, 현대 사장단, 현대가 일가 등 1,000여명의 각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제네시스에 거는 현대차의 기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예정된 시간인 7시를 조금 넘겨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단상 위에 올랐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이고 정 회장을 주목했다.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만하면 세계 명차들과 충분히 경쟁할 만하지 않겠나. 세계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 한국 자동차의 위상을 높여갈 것이다.”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정몽구 회장 "제네시스 너만 믿는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정몽구 회장이 제네시스에 '올인'하고 있다. 10월 유럽 기술연구소와 유럽 판매법인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되어 유럽 명차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차”라고 밝혔다. 발표회를 앞두고는 제네시스의 강판을 제조하는 당진제철소를 전격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남양연구소에 사무실을 차려 품질과 기술력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 회장이 이토록 제네시스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까닭은 무엇일까.


◆ 제네시스 발판삼아 고급 브랜드로


정 회장에게 제네시스는 승부수다. 현대차는 지금 내외적으로 큰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에서 80%를 넘던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8월 78.6%로 떨어졌다. 이후 4달째 8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70%대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의 11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11.9%나 하락했다. 내수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던 현대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는 국내 시장 역차별, 품질에 대한 불신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현대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현대차는 고전하고 있다. 11월 해외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1.3% 감소했다. 해외 판매량 감소는 4년6개월만이다. 대표적인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4.9%에서 4.6%로 하락했다. 주된 원인은 엔저현상으로 경쟁상대인 일본차에 밀리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올해 미국시장에서 2% 가량 판매 성장하는 동안 일본업체는 10% 가량 판매량을 늘렸다. 당분간은 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대차의 부진이 금방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 상황에서 현대차는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품질 논란, 가격 경쟁 등에서 겪은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저가 양산형 브랜드 이미지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유럽의 자동차 브랜드 못지않은 고급차를 만들 수 있음을 입증하려 한다. 정 회장이 거듭 세계의 명차와 비교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에 4년여의 개발기간과 5000억원의 연구비를 들일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타사 고급차들과 경쟁할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 제네시스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현대차의 도전은 인정하나, 이 정도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노리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차량의 중량이 구형 제네시스에 비해서 130~150kg가 증가했다. 늘어난 차량 중량은 연비와 가속력을 떨어뜨린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지금,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추세이다. 신형 제네시스는 이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BMW, 벤츠 등 경쟁 모델은 물론 전작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연비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국내외 시승기에서도 무거운 중량으로 인한 출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에드먼즈닷컴(edmunds.com)의 에드 헬위그 편집장은 “현대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차체무게를 줄이기 위한 충분한 회의를 갖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그래프의 시승기 역시 ‘강한 엔진인데 잘 나가지 않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겁고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디자인 역시 카피 논란이 일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와 해외의 반응은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 ‘여기저기서 조금씩 가져다 섞은 느낌’ 등 대체로 부정적이다. 카피 의혹을 살 수 있는 디자인인데다가, 특별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점이 없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 "제네시스 너만 믿는다"  
▲ 제네시스 신차발표회 모습

◆ 제네시스는 K9과 달리 정몽구 뚝심의 상징 될까?


신형 제네시스의 개발과 출시 과정은 기아차의 K9과 유사하다. 작년 출시한 기아차의 K9 역시 4년이 넘는 개발기간과 5000억원 이상의 연구비가 들어간 회심의 역작이다. 정몽구 회장은 K9 신차발표회에 직접 나와 차를 소개했다. K9을 자신의 전용차로 삼을만큼 만족스러워 했다. 정 회장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K9의 출시초기에 기아차 관계자들은 성공을 자신했다.


그러나 실제 판매에서 K9은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당초 기아차는 예약판매가 4000대를 넘어섰다고 했으나 실제 판매량은 이보다 적었다. 2012년 5월 1500대가 팔린 K9은 8월 801대, 10월 500대까지 판매량이 급감했고 이후 월 500대 안팎만 팔리며 목표판매량인 월 2250대를 크게 밑돌았다. K9의 적자는 월 300억에 달했다.


현대차가 세운 신형 제네시스의 내년 판매 목표는 국내 3만2천대, 해외 3만대로 총 6만대이다. 현재까지는 순조롭다. 우선예약 17일만에 계약대수가 9,300대를 돌파해, 대형차급으로는 역대 최단기간 1만대 계약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약판매는 실제 판매량과는 차이가 있다. 2008년 제네시스 1세대가 첫 출시될 때도 19일만에 계약대수가 9,400대에 이르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나 실판매는 월 평균 2,300대 정도였다. 아직 신형 제네시스의 성공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연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정몽구 회장의 승부수는 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K9에 이어 또 한번 정 회장의 근심이 될 것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곧 나올 것이다. 시장이 답을 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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