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후계자 양성의 승계 프로그램을 정비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압박에 어떤 내용을 추가해야 할지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금감원의 경영유의조치로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의 문제를 지적받아 6개월 안에 개선안을 보고해야 하는 만큼 3월23일 열릴 정기주주총회를 전후로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에상된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경영유의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이 조치를 받은 금융회사들은 통상 6개월 안에 관련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지배구조 개편의 압박을 넣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승계 프로그램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지배구조와 관련해 내부통제가 미흡한 금융기관의 경영진을 직접 제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윤 회장과 김 회장은 금융당국이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윤 회장과 김 회장 모두 경영유의조치 이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물러나기로 했지만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아직 양쪽 모두 어떻게 바꿀지 내놓지 않고 있다.
두 금융지주사 모두 금감원으로부터 회장 후보자군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일반적 경영진 양성 프로그램과 큰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두 회사에 세부적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프로그램 체계 및 운영결과를 이사회 등에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절차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후계자 양성을 위한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체계화하는 방안을 내놓아 두 회사가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지주사와 계열사에 각각 ‘경영리더 육성위원회’를 만들었다.
부서장과 부부장급 중간관리자를 경영진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과 경영진을 최고경영자(CEO)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눠 리더로 육성해 나간다. 또 경영리더 육성위원회는 경영리더 육성 내용을 주기적으로 이사회에 보고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금도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있는 경영진이 계열사 두 군데 이상에서 경험을 쌓도록 하거나 수시로 내·외부 교육과정에 참여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는 과정 등이 마련돼 있다"며 "실효적 방법을 더욱 고민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KB금융지주는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 사내이사가 참여하는 점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지배구조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상시위원회’와 ‘확대위원회’로 구분돼 있던 ‘지배구조위원회’를 기능별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대추위’로 나누기로 했다.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뽑는 대추위는 회장을 비롯해 비상임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되는데 비상임이사에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잠재적 후보군인 이사 등이 경영 승계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뽑는 대추위에 KB국민은행장이 업무를 맡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금감원으로부터 최고경영자 승계 선발기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에 내부 후보군의 개념이 불투명해 자의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는 만큼 개념을 명확히 하고 객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선언적 규정만 만들고 실제 운영에서 마음대로 하는 일을 막겠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운영 투명성 개선안’에서 ‘더욱 명확한 내·외부 최고경영자 후보군 선정절차 및 후보 추천 기준을 회추위에서 결의할 것’이라고만 정해 놓고 있어 운영에서 개입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구체적 사항들을 이사회 등을 통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