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한화S&C, SKC&C, 지흥, 현대머티리얼 등 총수 일가의 지분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 공정거래법 규정대로 부당이익 제공에 따른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글로비스, 한화S&C 등 5개 회사가 공정거래법상 부당이익제공에 따른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통과된 뒤 올해 마련된 시행령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비상장사의 경우 20%,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이고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인 회사가 특별한 이유없이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게 되면 규제대상이 된다.

이 의원은 “시행령 마련 이후에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부당이익제공 규제사례가 없었다”며 “내년 2월까지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 유예규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속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2월에 1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공정위는 조만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얻는 행위를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내 10대 재벌 가운데 부당이익제공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는 5곳이다. 이 의원은 현대글로비스, 한화S&C, SKC&C, 지흥, 현대머티리얼 등을 꼽았다.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43%, 내부거래 비중은 29.16%다.

이 의원은 “글로비스가 현대차의 물류를 도맡아서 하는 것이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기업의 효율을 증대하고자 설립한 회사라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개인 돈을 출자하는 대신 현대차가 직접 출자해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S&C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은 100%, 내부거래 비중은 54.7%다. 회사는 네트워크 구축, 컨설팅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처리 등을 통해 계열사들로부터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화의 경우 한화S&C를 통해 수익을 누리다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에게 지분을 저가로 매각하면서 사업기회를 잃었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최근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얻게 될 이익은 한화S&C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S&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SKC&C도 총수 일가 지분율이 44%, 내부거래 비중은 49.5%에 이른다.

이 의원은 “그룹의 전산시스템 업무를 통해 안정적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지분이 SK, SK건설에서 총수 일가로 넘어갔다”며 “이를 통해 두 회사는 사업기회를 총수일가에게 뺏기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머티리얼의 경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조카인 정일선 비앤지스틸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점을 들어 부당이익 제공 규제 대상이 된다고 이 의원은 봤다.

지흥의 경우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G전자 대리가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제조와 판매사업을 하고 있어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공정위는 이렇게 명백한 부당이익제공 행위를 법대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할 것”이라며 “규제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재벌 총수 일가로 회사의 영업행동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총수 일가가 회사의 이익을 얻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