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현오석 경제부총리(왼쪽)와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 종합대책 합동 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현오석 부총리가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내놓았다
. 하지만 개인정보의 완벽보호라는 명분을 살리면서도 금융회사의 처지도 고려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대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미국식 징벌식 손해배상과 독일식 정부 과징금 제도를 섞다 보니 금융회사만 봐주고 정부 규제만 더욱 강화하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
현 부총리는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 종합대책
’을 발표했다
. 이 자리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
이번 종합대책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징벌적 과징금 제도다
. 금융사가 일으킨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으로 제시됐다
. 이것이 시행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금융회사는 최대
50억 원의 징벌적 과징금을 내야 한다
. 불법 정보를 활용해 영업한 것이 적발됐을 때도 관련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
더불어 현행 최대
600만 원이었던 과태료도 앞으로는
5천만 원까지 올라간다
. 영업정지 기간도 최장
3개 월에서
6개 월로 늘어난다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이었던 형벌 수준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 벌금
’으로 확대된다
.
이 밖의 내용은 대부분 금융사에 대한 정부의 지침을 강화한 것들이다
. 가령 금융사
CEO와 이사회는 매년 정보보호 현황과 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또 제
3자나 계열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우 이용기간이 지난 정보 파기 여부를
CEO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금융회사
CEO의 책임을 더욱 강화한 내용이다
.
금융회사의 고객정보 수집 방침도 변경됐다
. 지금까지 금융회사는
30개에서
50개 항목의 개인정보를 고객에게 요구했다
. 하지만 앞으로 필수항목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6~10개 항목으로 제한된다
. 고객과 첫 거래 외엔 주민등록번호 요구도 금지된다
. 거래 종료 후
5년이 지난 거래 정보는 즉시 파기 처분된다
. 동시에 금융회사 고객이 본인 인증만 하면 언제든 금융회사의 본인 정보 이용을 조회
·변경 가능한
‘자기정보결정권 보장
’도 이루어진다
.
현 부총리는 이날
“정부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과거처럼 일회성 사고로 흘려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
”며 실행의지를 강조했다
. 신 금융위원장도
“이번 종합대책은 개인정보의 완벽한 보호가 금융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위한 핵심자산이란 인식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고 했다
.
그러나 종합대책이 너무 포괄적인데 비해 제재방안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 금융회사의 입장만 너무 고려했다는 지적이다
.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금융회사
CEO에게 신용정보 관련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임 등을 포함한 엄정한 징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
"고 강조했다
.
그럼에도 실질적 제재 방안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 금융소비자연맹은 성명을 내
“과태료 상한을 대폭 상향한 것 같으나 여전히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
”며
“개인정보를 유출하거나 불법 활용한 모집인이 민
·형사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
종합대책에서 대표적 제재방안으로 내놓은 징벌적 과징금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 징벌적 과징금은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독일의 정부 과징금을 혼합한 제도다
. 미국의 경우 정부에는 개인정보 관련 기구나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 관련 법규도 유연하게 적용된다
. 다만 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금융사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해 수백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게 한다
. 반대로 독일은 엄격한 규제와 과징금을 통해 각 은행마다 서로 다른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게 만들었다
.
징벌적 과징금은 양국 제도의 일부를 취해서 만들었지만 그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 이를 놓고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징벌적 과징금은 미국과 독일의 제도를 단순 혼합한 것
”이라며
“정부규제 강화 외엔 다른 의미가 없고 금융당국이 권한을 더 늘리겠다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도 이날 논평에서
"집단소송제
, 금융지주회사의 연대배상 책임 도입 등 핵심정책은 대거 빠졌다
"며 정부를 비판했다
.
이번 종합대책에서 정부가 내놓은 금융정보 보안담당 기구 신설은 징벌적 과징금과 충돌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 보안담당 기구는 정부가 개인정보 관리를 금융회사의 자율에 맡기는 대신 직접 지침을 내리는 통로로 활용된다
. 그러나 정부지침을 따른 금융회사에서 정보가 유출될 경우 책임 주체를 명확하게 밝히기 힘들다
. 결국 징벌적 과징금을 물릴 대상이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