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황창규 KT회장이 전 임직원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해 KT 조직문화에 대한 대수술의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황 회장은 10일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홈페이지 해킹을 통한 12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비통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황 회장으로서는 '1등 KT'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출발하는 시점에서 재를 뿌린 이번 사건이 무엇보다 마음 아플 터이지만, 그보다는 2012년 고객정보 유출 이후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 자체를 더욱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
|
▲ 황창규 KT회장이 7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개인정보유출에 관련하여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
황 회장은 이메일에서 "지난 2012년 대규모 고객정보유출 후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국민기업이자 IT전문기업으로서 더없이 수치스러운 일로 고객에게 약속한 가장 기본적인 것도 놓치고 있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관리의 삼성에서 오래 근무해온 황 회장으로서는 KT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허술한 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의 이런 마음은 대대적 조직문화 손보기 각오를 밝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회장은 "문제를 알면서도 관행이라며 내버려 두는 태도, 보여주기식 업무추진, 임시방편과 부서이기주의로 인해 고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우리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대수술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9일 오전 11시 '민관 합동조사단‘이 이번 조사를 벌이고 있는 KT 현장을 방문해 “한국을 대표하는 ICT 전문기업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 장관의 발언은 KT 수장인 황 회장으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지적이었을 것이다.
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뼈를 깎는 고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KT는 이 자리에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방법 안내, 개인정보누출 조회시스템 구축 현황, 홈페이지 보안패치 등 긴급조치 현황과 함께 향후 추진대책에 대해 보고했다.
다음은 황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의 전문이다.
“임직원 여러분, 회장입니다.
금번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해 비통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규모 고객정보유출 후 보안 시스템 강화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뿐더러 국민기업이자 IT전문기업으로서 더없이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유출사건에 대해 최단시간 내 근본적 개선대책을 실행할 예정이지만 우리가 고객에게 약속한 가장 기본적인 것도 놓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 참담한 마음입니다.
문제를 알면서도 관행이라며 내버려 두는 태도, 보여주기식 업무추진, 임시방편 및 부서이기주의로 인해 고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우리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각자가 자발적으로 잘못된 점과 개선할 점을 찾아 실행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들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하나만 더 잘못되어도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비장한 각오와 혁신의 자세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명확히 드립니다.
KT는 오랜 시간 1등을 해 왔던 국민기업입니다. KT인으로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합시다. 모두의 열정을 모아 '1등 KT'를 만들어 나갑시다.
2014년 3월 10일
KT 대표이사 회장 황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