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장난감전문매장 토이저러스에서 어린이 장난감 대신 어른용 장난감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저출산’이 장난감시장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로 불리는 ‘일렉트로마트’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데 롯데마트는 ‘키덜트’용 장난감 경쟁력을 키워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토이저러스에서 기존 유아동 중심 완구 카테고리를 축소하는 대신 프라모델, 피규어, 드론 등 취미용 장난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특히 피규어 제품군을 세분화해 애니메이션 상품, 팬 상품, 게임 상품, 영화 상품 등으로 나누고 단계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전통적 어린이 장난감으로 승부를 내기 어려워진 탓이다.
최근 들어 전통적 어린이 장난감은 침체기를 맞았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1월 토이저러스에서 장난감 매출은 지난해 11월보다 7% 줄었는데 전통적 장난감의 감소 탓이 컸다. 같은 기간 신생아 장난감, 유아 장난감, 봉제인형 등 매출은 각각 18.3%, 16.2%, 14.1%씩 줄었다.
반면 어른용 장난감 매출의 비중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토이저러스 잠실점에서 3~4년까지만 해도 전체매출에서 5%를 차지하던 어른용 장난감의 매출비중은 최근 20%까지 늘었다. 특히 피규어, 프라모델, 드론 등 장난감의 매출비중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구매력이 있는 어른들이 자신을 위한 장난감에 지갑도 활짝 열고 있다.
토이저러스에서 판매되는 운전시뮬레이션게임은 80만 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도 한 달 매출이 1천만 원에 이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키덜트시장은 2014년 5천억 원 수준이었으나 해마다 20%씩 성장해 2016년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마트가 토이저러스에서 ‘키덜트’를 붙잡으려는 데에는 이마트가 ‘일렉트로마트’로 성과를 보고 있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 롯데마트가 운영하고 있는 토이저러스 매장의 모습. |
이마트는 2015년 전자기기매장 ‘일렉트로마트’를 선보였는데 체험형 매장, 드론, 무선조종자동차 등을 앞세워 젊은 남성층의 발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일렉트로마트를 도입한 뒤 이마트 전체매출도 늘었다.
이마트 죽전점 가전매장은 2016년 8월 일렉트로마트로 리뉴얼한 뒤 가전매출은 56.6%, 전체매출은 1.4% 증가했다. 1~5월까지 누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전매출 61.2%, 전체매출 11.3% 늘어났다.
미국 토이저러스 본사는 장난감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토이저러스가 9월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한국 토이저러스에도 걱정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세계 최대 장난감전문점인 토이저러스가 파산에 이르기까지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회사와의 경쟁도 있지만 유아인구 감소 등 탓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국내 토이저러스 매장 역시 최근 5년 동안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13년 5.2%에서 2014년 4%, 2015년 1.1%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본사의 위기와 상관없이 완구시장 둔화에 따른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미국 토이저러스 본사 자체브랜드 장난감 비중은 5%에 불과해 상품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성장을 이끄는 메가히트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기 위한 고민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