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재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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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은 12월 첫째주 연말 정기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12월 2일에 사장단 인사를, 5일에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올해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부진, 이재용 부회장 체제 전환에 발맞춘 사업구조 조정 등 대형 이슈를 많이 안고 있다.
이번 인사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 상태에서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첫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윤부근, 스마트폰사업까지 총괄하나
올해 삼성그룹 연말 인사에서 태풍의 핵은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부진에 따라 지난 2분기와 3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4분기와 내년 전망도 밝지 않아 문책과 함께 구원투수 기용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월스트리저널은 23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신 사장 대신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IM부문까지 총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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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
윤부근 사장이 조직을 재정비해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업체의 부상 등 급변하는 모바일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에 나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예상했다. 또 가전기기와 IT모바일을 연결하는 스마트홈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균 사장이 물러나 IM부문과 CE부문이 통합될 경우 삼성전자는 현재 IM, CE, DS(부품)의 3개 부문에서 가전과 반도체 중심의 2개 부문으로 2년 만에 재편된다.
삼성 안팎에서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은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이재용 회장 승진은 불투명, 이부진 부회장 승진할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보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에 대해 확실치 않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인사에서 회장 승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승진이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견해가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 급감 등 악재가 많았던 만큼 이 부회장의 승진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승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승진도 관심사다. 이번 인사에서 오너 일가의 승진 가능성은 대체로 낮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의 경우 지난해도 부회장 승진설이 나왔던 만큼 조직개편에 따라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3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사장 취임 뒤 4년 동안 호텔신라를 이끌면서 면세점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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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삼성그룹이 2009년 이후 매년 2명씩 부회장 승진자를 배출하다 지난해 부회장 승진자를 내지 않았던 점도 이 사장의 승진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 이 사장은 올해 45세로 올해 승진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던 당시와 같은 나이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 이 사장은 삼성그룹 내 첫 여성 부회장이 된다.
다만 이부진 사장이 최근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이혼한 점이 이번 인사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의 연말 인사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이나 이부진 사장의 승진과 관련해 구체적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대내외 악재 속출, 여파 어디까지 미칠까
올해 삼성그룹 인사에서 고위 임원들이 물러나고 젊은층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맏형’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으로 그룹 내 전자 및 전기 계열사들 역시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른 문책성 경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변화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번 사장단 인사대상은 30개 계열사 50여 명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 유관 계열사들이 인사태풍권에 들어오면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감안하더라도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무산 여파가 이번 인사에서 어디까지 미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그룹의 사업조정에 따라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계열사 사장들의 거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건설과 상사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SDI, 제일모직 등 3곳이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은 연말 인사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들 회사는 모두 올해 인력 구조조정을 마쳤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다음달 10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시행한다는 점이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
앞으로 금융경력이 없는 인사가 이전처럼 그룹 계열 금융사 CEO를 맡기 어려워지는 만큼 이에 대비해 인적 물갈이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